단순하면서도 강화된 CBAM 개정안 주요 내용

2025년 9월 10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는 ‘Omnibus I’ 입법 패키지 중 하나인 CBAM 단순화(simplification) 규정이 CSRD, CSDDD 등 다른 항목에 앞서 가장 먼저 정식 채택되었습니다. 이어 9월 29일, EU 이사회가 해당 CBAM 개정안을 공식 승인함으로써 CBAM 관련 입법 절차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CBAM 개정안은 곧 EU 공식 관보(Official Journal)에 게재될 예정이며, 게재 후 20일째 되는 날부터 발효됩니다. 이번 개정은 시행 초기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CBAM의 근본적 구조나 적용 범위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운영 절차·신고 방식·예외 기준 등에서 중요한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1. CBAM 적용 면제 기준 변경
이번 개정안의 핵심 변화 중 하나는 CBAM 적용 면제 기준 방식의 전면 개편입니다. 기존에는 화물당 150유로 이하의 ‘금액 기준’이 적용되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를 수입업체별 연간 50톤 미만의 ‘질량 기준’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조치는 중소기업(SME)이나 소규모 수입자의 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실제로 약 90% 이상의 수입업체가 면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전체 대상 상품의 내재배출량의 99%는 CBAM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다만, 시장 구조상 대형 기업 중심의 과점 산업의 형태를 띠고 있는 수소 및 전력에 대해서는 해당 CBAM 적용 면제 기준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2. 보고 시점 변경 및 인증 의무 간소화
이번 개정으로 인해 ‘승인된 CBAM 신고인(authorized CBAM declarant)’은 해당 연도에 수입한 CBAM 제품의 내재배출량에 대한 CBAM 신고서를 다음 해 9월 30일까지 제출해야 합니다. 이는 기존 제출 기한인 5월 31일에서 4개월 연장된 것으로, 내재배출량 산정에 반영된 데이터를 검토 및 검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CBAM 인증서 구매 의무는 2026년에 수입된 CBAM 제품을 시작으로 적용되며, 이에 대한 CBAM 인증서 판매는 2027년 2월 1일부터 이루어집니다. 이는 인증서 거래 개시 시점을 기존보다 약 한 달 늦춘 조정으로, CBAM의 재정적 의무가 본격화되기 전 기업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 유예 조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기본값(default values) 산정 방식 단순화
이번 CBAM 개정안에서는 기본값의 산정 방식이 크게 단순화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실제 배출량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기본값을 적용할 수 있어 기본값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는 이러한 조건이 삭제되어, 실제 배출량 또는 기본값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변경되었습니다. 즉, 기본값 사용이 예외적 수단에서 병행 가능한 대안적 방법으로 바뀐 것입니다.
기본값 자체의 계산 원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여전히 수출국별 평균 배출강도를 기초로 하고, 환경 건전성(environmental integrity)을 확보하기 위한 보정계수인 ‘마크업(mark-up)’이 적용됩니다. 이 마크업의 수준은 EU집행위원회가 시행규칙을 통해 결정하며, 최신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및 전환기간 동안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정됩니다.
다만, 데이터가 불충분한 경우의 대체 기준이 변경되었습니다. 기존에는 해당 상품 유형에 대해 배출효율이 가장 낮은 하위 X%의 EU-ETS 사업장들의 평균 배출원단위에 근거한 방식이 적용되었지만 개정안에서는 이것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보유한 국가 중 배출강도가 가장 높은 10개 수출국가의 평균 배출강도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CBAM의 국제적 적용성과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단순화 조치로 평가됩니다. 뿐만 아니라 기본값을 사용하여 내재배출량을 산정한 경우에는 검증 의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뿐만 아니라, 측정 및 검증 비용과 행정 부담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기본값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EU는 전 세계 수출국가의 배출량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기본값의 신뢰성과 현실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제3국 탄소가격 공제 및 기본 탄소가격 산정
CBAM 개정안은 제3국(비EU국가)에서 이미 납부된 탄소비용을 CBAM 인증서 제출 시 차감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즉, 수입업체는 해당 상품이 생산된 국가뿐만 아니라 다른 제3국에서 납부한 탄소가격도 공제 대상으로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EU집행위원회는 향후 ‘기본 탄소가격(default carbon price)’을 산정 및 공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이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탄소가격제도가 존재하나 실질적인 가격 산정이 어렵거나 데이터가 불충분한 경우, EU가 자체적으로 공표한 기준 탄소가격을 통해 CBAM 인증서 공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제3국의 탄소가격 데이터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공제 금액을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조치는 이중부담을 방지하는 동시에, EU와 교역국 간의 탄소가격제 정합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5. CBAM 인증서 적용 비율 조정
이번 개정에서는 CBAM 인증서의 적용 비율도 조정되었습니다. 기존 규정에서는 각 분기말마다 연중 누적 배출량의 최소 80%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보유해야 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 비율을 50%로 완화했습니다. 이는 EU-ETS 내 무상할당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과도기(2026~2034년)를 반영한 조정으로서 EU 역내 기업이 여전히 일정 수준의 무상할당 혜택을 받는 동안, 역외 수입자가 동일한 수준의 부담을 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입니다.
결국 이러한 개정은 EU-ETS와 CBAM 간의 탄소가격 연동을 점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과도기적 조정이며, 향후 무상할당이 완전히 폐지되면 CBAM 인증서의 적용 비율은 다시 상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CBAM 개정은 제도의 본질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행정 절차의 단순화, 국제 조정력 강화, 데이터 기반의 투명성 확보를 중심으로 세밀하게 보완되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고·검증 부담이 줄어든 반면, 제3국 탄소가격 공제, 기본값·기본탄소가격 활용, 인증서 보유비율 조정 등 세부 규정 이해와 데이터 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한편, 이번 개정이 제도의 단순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EU는 CBAM의 적용 범위 확대와 세부 규정의 정교화 또한 추진하고 있습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1일부터 CBAM의 하류제품(downstream goods)의 확대 가능성과 우회 방지 조치, 그리고 전력 부문의 규정 개선에 대한 공개 의견 수렴을 진행하였는데, 철강과 알루미늄 등 기존 CBAM 품목의 원재료를 사용하는 가공제품과 중간재 중심의 품목군을 CBAM 적용 대상에 포함할지를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탄소누출 위험, 내재배출량의 비중, 기술적 실행 가능성 등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전력 부문에서는 기본값 및 실제 배출량 사용 조건과 관련된 현행 규정을 단순화하고 명확히 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이와 별도로, EU집행위원회는 내재배출량 산정방법론, EU-ETS 무상할당 반영에 따른 인증서 조정, 제3국 탄소가격 공제에 대한 의견 수렴도 진행했습니다. 이는 2026년 1월 1일 CBAM 확정기간 개시를 앞두고 제도의 운영 규칙을 명확히 하고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이러한 의견 수렴 기간 동안 EU 역내외 기업뿐 아니라 회원국 정부, 탄소가격제를 도입한 제3국 당국, 그리고 학계 및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향후 CBAM의 적용 범위 확대, 배출 산정 방식의 정교화, 무상할당 축소 및 제3국 탄소가격 반영 절차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이번 CBAM 개정은 단순한 제도 보정 단계를 넘어, EU가 탄소가격제의 국제 정합성을 강화하고 ‘탄소 경쟁력’을 새로운 무역 표준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CBAM은 이제 단순한 국경조정세가 아니라, EU 탄소시장 글로벌 공급망의 탈탄소 전략을 연결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CBAM 대응의 핵심은 정확한 배출량 데이터 확보와 체계적인 관리입니다. 기업이 실제 배출량을 산정하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야만, CBAM 인증서 제출, 제3국 탄소가격 공제, 기본값 활용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엔츠는 이러한 데이터를 일관되게 관리하고, 기업의 배출량 수준을 진단·검증할 수 있는 탄소회계 솔루션과 전문 컨설팅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