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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공허한 약속은 제발 그만 (no more hot air, please)”

※ 이 글은 11월 4일 발행된 <엔츠레터> 19호에 실린 아티클입니다. 탄소중립 관련 소식과 인사이트를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지금 엔츠레터를 구독해보세요!

 


 

기후변화, 현재 상황은?

지난 2주 간, 유엔환경계획(UNEP)과 UN산하의 세계기상기구(WMO)가 연이어 중요한 보고서들을 발표했습니다. UNEP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WMO는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가 각각 2023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을 밝힌 건데요.

두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57.1GtCO2e로 집계되었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전년 대비 2.3ppm 증가한 420.0ppm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농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의 151% 수준에 달한다고 하지요. 두 기관은 서로 다른 지표를 통해 현황을 파악했지만, 동일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바로, “이대로라면 인류는 절대로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이대로라면 2100년에는 3.1℃ 상승도 가능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먼저 UNEP는 10월 24일 발간된 <2024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4)>를 통해, 각국이 약속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충실히 이행된다고 해도 2030년 지구 평균 기온은 최소 2.6도에서 2.8도까지 상승할 것이며, 현재 수준의 기후 정책이라면 2100년에는 최대 3.1도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뒤이어 WMO는 28일 발간된 <온실가스 연보> 20호를 통해 현재 각국이 약속한 기후대책으로는 2030년까지 줄어드는 온실가스가 2.6% 밖에 되지 않을 것이며, 이는 파리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4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NDC란

UNEP와 WMO는 모두 ‘각국이 약속한 감축 목표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각국의 감축 목표라고 불리는 ‘NDC’가 무엇이고 어떻게 설정되어 있기에 그런 걸까요? NDC는 각국의 온실가스 관련 제도와 규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매우 중요한 개념이기에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2015년, 195개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능한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각자가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그 목표와 이행계획을 세워 UN에 제출하고, 5년마다 더 높은 수준으로 갱신하기로 했죠. 이것이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로,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포함되어 있어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2030년까지는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제출한 상태인데요.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요?

그러나 각국이 현재 제출한 NDC는 앞서 두 기관이 지적했듯 매우 미온적인 수준입니다. 이 정도 수준의 정책으로는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2.6% 밖에 감축하지 못하고, 기온도 2.8도나 오를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하니, 그 부족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NDC의 다음 갱신 기한은 내년인 2025년 초입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긴급성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각국이 NDC를 어떻게 제출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오르면 어떻게 되길래

그런데 지구의 평균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다들 이렇게 심각한 걸까요? 기후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있는 협의체인 IPCC는 1988년 설립된 이래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IPCC의 최신 보고서인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만 증가하더라도 관측 역사상 전례 없는 극한 기상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산업화 이전 기간(1850년~1900년)의 평균과 비교했을 때, 육지의 이상기온 현상의 빈도와 강도는 1.5℃ 상승 시 8.6배, 2℃ 상승 시 13.9배 증가하고, 농업 및 식생 가뭄의 경우 1.5℃ 상승 시 2.0배, 2℃ 상승 시 2.4배 증가한다고 합니다. 폭염, 폭풍우, 가뭄, 해수면 상승, 해빙 등의 재해가 이처럼 더 강해지고 잦아진다면, 시설이나 인프라에 직접적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고 식량 생산에 문제가 생겨 간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겠지요.

 

평균기온… 그거 다시 떨어뜨리면 되지 않나…?

“기온이 올라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기온을 다시 떨어뜨리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에 의하면, 안타깝게도 지구의 생태 시스템은 변화했다가도 손쉽게 다시 제 모양을 쉽게 찾는 스펀지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한 번 망가지면, 다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요.

IPCC는 동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많은 변화, 특히 해양, 빙상, 전 지구 해수면의 변화는 수백, 수천 년 동안 돌이키기 어렵다”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21세기 말에 1.5℃ 아래로 상승폭이 떨어지는 가장 낙관적인 기후 시나리오인 SSP1-1.9 시나리오에서조차 중도에에 1.5도를 넘는 ‘오버슛’은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최근 독일의 싱크탱크 클라이밋애널리틱스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가 새롭게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일시적으로라도 ‘오버슛’이 일어나면 그 이후에는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해수면 상승의 경우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버슛 기간이 길어질수록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새로운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될 수 있다는 위험도 재조명되었습니다.

 

다음 NDC 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UNEP가 24일 발간했던 보고서의 제목은 <No more hot air, please> 였는데요. ‘hot air’는 영어 관용 표현으로 ‘허풍, 알맹이 없는 말’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더 이상 기온이 올라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전 세계의 국가들이 말 뿐이 아닌 진짜 감축정책을 실현하길 바라는 마음 두 가지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곧 11월 11일부터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립니다. 총회를 앞두고 영국, 아랍에미리트 등 여러 국가들이 갱신된 NDC를 선제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각국이 제출할 NDC에는 2035년 등 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담는 국가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다음 NDC들을 보면 인류가 과연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미지 출처: UNEP (Thumb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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