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PCC 평가 보고서와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를 분석하는 방법론은 IPCC[1]의 평가 보고서를 기반으로 발전해왔습니다. IPCC는 1988년WMO[2]와 UNEP[3]가 공동으로 설립한 기구로, 국제사회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6차례의 평가 보고서(Assessment Reports, AR)가 발행되었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약과 각국의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물리적 리스크 분석 방법론은 IPCC 4차 평가 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5차 평가 보고서와 6차 평가 보고서를 거치며 업데이트되었습니다. IPCC는 물리적 리스크를 위해(Hazard), 노출(Exposure), 취약성(Vulnerability)의 함수로 정의합니다.

Risk = f(Hazard, Exposure, Vulnerability)

● 리스크(Risk) : 기후변화로 인해 잠재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과 그 결과

● 위해(Hazard) : 기후변화로 인해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나 현상(예: 폭염, 홍수, 해수면 상승 등)

● 노출(Exposure) : 위해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상(예: 사람, 자산, 인프라, 생태계 등)

● 취약성(Vulnerability) : 노출된 대상이 피해를 입기 쉬운 정도로, 사회적 · 경제적 조건이나 적응 능력 등에 따라 달라짐

이러한 분석을 통해 기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의 잠재적 영향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2. 물리적 리스크의 시나리오 분석 프로세스

기업 실무자의 관점에서 보면, 물리적 리스크 분석은 세 가지 주요 단계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위해 요인 선정 – 사업장, 공급망, 자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변화 위해요인 식별

노출 대상 설정 – 위해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자산, 시스템 등을 파악

피해 함수 구성 – 위해요인과 노출 대상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피해 규모 추정

 

2.1 위해 요인 선정

물리적 리스크 분석의 첫 단계는 조직에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해 요인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가장 간단한 접근 방법은 전체 위해 요인 목록[4]을 구성한 뒤, 소거법을 통해 해당되는 요인만 남기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석 대상을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습니다.

 

2.1.1 기후변화 시나리오 선정

위해 요인을 선정한 후에는 조직의 리스크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선택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IPCC에서 제시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 체계가 널리 활용됩니다. 특히, 물리적 리스크 평가에서는 일반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RCP8.5, SSCP5-8.5)를 선택하여 잠재적 위험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내 사업장의 경우,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기후정보포털’[5]이나 ‘기후변화 상황지도’[6]에서 제공하는 기후 시나리오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의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후 요소 : 평균기온, 최고·최저기온, 강수량, 상대습도, 풍속, 일사량

● 극한 기후 지수

- 고온 : 폭염일수, 여름일수, 열대야일수, 일교차, 온난일, 온난야 등
- 저온 : 한파일수, 결빙일수, 서리일수, 한랭일, 한랭야 등
- 강수 : 강수강도, 호우일수, 95퍼센타일강수일수, 99퍼센타일강수일수, 최대무강수지속기간, 1일최다강수량, 5일최다강수량 등

 

2.2 노출 대상 설정

조직에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해 요인을 선정했다면, 다음 단계는 그 위해 요인에 영향을 받을 대상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노출 대상 설정 시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 영향 받는 대상 식별

인적 자원(직원 등), 물리적 자산(사업장, 생산 시설 등), 사업장 운영 등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상을 파악합니다.
조직 내부 대상에 국한하지 않고, 가치사슬(공급망, 고객 등)을 포함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 분석 시간 범위 설정

기후변화 관리체계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하여 분석하며, 대부분의 ESG 평가와 기후 관련 공시에서는 2050년까지의 장기 분석 여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간 범위 설정은 기후 시나리오 적용 시 리스크의 발생 시기와 영향을 구체화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2.3 피해 함수 구성

피해 함수 구성은 물리적 리스크 분석의 마지막 단계로, 위해요인과 노출 대상 간의 관계를 수치화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잠재적 피해 규모를 정량적으로 산정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위해 요인의 강도(기온 상승, 강수량 증가 등), 노출 대상의 취약성(자산 내구성,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귀분석 등의 통계적 방법을 사용하여 위해요인 강도와 피해 규모 간의 함수식을 도출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2.3.1 피해 함수 구성 예시: 건설 현장 사례

건설 현장에서는 평균 기온 상승과 폭염 발생 빈도 증가가 작업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온이 높아지면 외부 작업 가능 시간이 줄어들고, 공기 지연이나 추가 노무비 발생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피해 함수를 구성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거 데이터 수집

- 특정 지역의 과거 연도별 일 단위 온도 변화 데이터 수집
- 해당 기간 동안 현재 작업 기준에 따라 실제 건설 현장의 작업 가능 시간을 산정

● 통계적 분석 수행(회귀분석 등)

- 과거 기온 변화와 작업 가능 시간 간의 관계를 분석
- 해당 연도의 평균 기온 상승, 폭염 발생일 등 기후변화 시나리오 지표와의 연관성 분석

● 미래 시나리오 적용

- 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관련 지표를 파악(평균 기온 상승, 폭염 빈도·강도 등)
- 미래 특정 시점의 예상 기후변화 지표 변화에 따른 작업 가능 시간 감소를 추정

● 재무적 영향 파악

- 작업 가능 시간 감소 → 공기 지연 → 금융 비용(이자 등) 증가 등 재무적 영향 분석
- 작업 가능 시간 감소 → 현장 노동자 야근 증가 → 추가 노무비 발생 등 재무적 영향 분석

위 과정을 통해 건설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향후 작업 가능 시간 변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공기 설정 기준을 조정하거나, 로봇, 원격 타워크레인 등 건설 무인화 기술에 대한 R&D를 촉진할 수 있으며, 건설 노동자의 작업 환경 개선 방안을 도입하는 등의 리스크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건설사의 기후변화 적응 능력을 향상시켜 공기 지연으로 인한 재무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근로자 안전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3. 국내 기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 현황

물리적 리스크 분석의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은 비교적 쉬울 수 있지만, 피해 함수를 구성하는 단계에서는 방법론 개발과 과거 데이터 분석 등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국내 기업은 자체 분석보다는 Jupiter Intelligence, S&P, MSCI 등으로부터 외부 물리적 리스크 분석 툴을 구매하여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자체 모델링을 통해 각 위해요인이 조직에 미치는 물리적 리스크와 재무적 영향을 분석합니다. 이러한 툴을 활용하면 물리적 리스크에 따른 재무적 영향의 추세를 파악하고,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해요인을 식별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성 공시나 ESG 평가 대응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툴은 몇 가지 한계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분석 방법론이 이미 세팅되어 있어 조직의 공정별 특성이나 내부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툴 제공 기관에서 피해 함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값의 합리성을 검증하기 어려우며, 이는 내부 이해관계자 설득 시 신뢰성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외부 툴을 사용할지, 자체 분석을 수행할지에 대해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한 후 자사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부 툴을 사용하면 빠른 분석과 공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체 분석을 통해 조직 맞춤형 결과를 도출하면 내부 설득력과 분석 신뢰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물리적 리스크 분석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희 엔츠는 물리적 리스크 시나리오 분석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객이 필요한 결과를 도출하고 분석 결과 공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리적 리스크 분석과 공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희 엔츠에 많은 관심과 문의 부탁드립니다.

 

---

[1]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2]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 세계기상기구
[3] 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 유엔환경계획
[4] CDP Climate Change 평가의 선택 항목 기반으로 위해 요인 목록 구성
[5] http://www.climate.go.kr/home/CCS/contents_2021/35_download1_ssp.php
[6] http://www.climate.go.kr/at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