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공시규칙 승인
2024년 3월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의 기후 관련 공시를 개선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기후공시규칙에 대하여 민주당 위원 3인의 찬성과 공화당 의원 2인의 반대를 통해 최종 승인했습니다. 이 최종 규칙은 미국 상장 기업이 투자자에게 기업 전반에 걸쳐 일관되고 비교 가능한 기후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 온실가스 배출량,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출 등에 대해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최종 규칙에 따라 기업은 투자자에게 투자 의사 결정에 유용하면서도 일관되고 비교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기후 공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Gary Gensler(미국 SEC 의장) 및 Caroline A. Crenshaw(SEC 위원)의 성명서 일부를 활용하여 최종 규칙의 주요 내용과 초안과의 차이점 등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약 2년 전에 처음 제안된 이 규칙은 상당한 논의와 피드백을 불러일으켰고, 실제로 24,000건 이상의 의견서가 SEC에 제출되어 기후 공시 규칙을 둘러싼 높은 수준의 관심과 논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규칙은 금융 안정성과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있어 기업의 기후 정보가 가진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하여 기후 위험의 감독 및 관리, 기후 위험이 기업의 비즈니스 및 전략에 미치는 영향, 기업의 직접(Scope 1) 및 간접(Scope 2)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요건 등 기후 정보 공개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규칙의 채택으로 미국은 기업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이미 포괄적인 기후 공시 지침을 마련한 유럽연합과 캘리포니아 등의 다른 관할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습니다.
SEC는 미국 연방 증권법의 기본적인 거래 원칙, 즉 투자자가 어떠한 투자 위험을 감수할지 결정할 수 있는 경우는 투자를 받는 기업이 “완전하고 진실한 공개”를 하는 경우에 한한다는 원칙의 핵심인 공시를 감독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치 중립적인 기관의 특성상 지금까지는 기후 위험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후 위험에 대한 기업의 공시 요건은 오늘날 공시 제도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으며, 투자자가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은 오히려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SEC가 2010년에 ‘Commission Guidance Regarding Disclosure Related to Climate Change(기후변화정보 공시지침)*’를 발표한 이후 지난 14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많은 투자자가 기후 위험을 고려하여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고, Russell 1000** 기업 중 90%가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적으로 제공하고 있고(비록 SEC 제출 서류가 아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상위 1,000대 기업 중 약 60%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는 등 많은 기업이 기후 위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기후 공시와 관련하여 위원회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기후 공시의 일관성, 비교 가능성 및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일입니다. 이러한 사명에 따라 위원회가 승인한 최종 규칙은 기본적인 기후 공시 규칙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이 공개해야 할 정보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상장기업들로 하여금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를 10-K에 보고하도록 하는 공시 지침입니다.
** Russell 1000 Index(미국 최대 기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주요 주식 시장 지수)에 포함된 1,000개의 시가총액 기준 미국 상장 기업을 의미합니다.
1.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최종 규칙에 따라 상장 대기업(LAF, Large Accelerated Filer), 상장 중기업(AF, Accelerated Filer)*은 기업의 전환 위험 또는 기업이 공개적으로 밝힌 목표 또는 목표를 측정하기 위한 정량적 지표로서 중요한 직접 배출량(Scope 1)과 에너지 구매와 관련된 간접 배출량(Scope 2)을 공개해야 하며, 배출량 산정에 사용된 주요 가정과 방법론, 배출량 데이터 소스와 해당 지표의 정확성과 신뢰성 향상을 위하여 각각의 배출량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 상태에 대한 현재 및 미래의 위험을 이해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공개가 필요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가 재무적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귀중한 지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공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량적이고, 기업 간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상장 대기업은 시가총액이 7억 달러 이상인 기업, 상장 중기업은 2,500만 달러 이상 7억 달러 미만의 기업이 해당됩니다.
** 최초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공개 후 3년 이내에 제한적 검증을 받아야 하며, 상장 대기업의 경우 최초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공개 후 7년 이내에 합리적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비록 오늘날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 결정에 있어 기업의 Scope 3 배출량 정보를 활용하고는 있지만 위원회는 Scope 3 배출량 공개에 대해서는 제출된 피드백 의견을 바탕으로 Scope 3 배출량 공개를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규칙 초안에는 Scope 3 배출량에 대한 공개 의무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규칙을 간소화하고 법적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Scope 3 배출량 정보 공개 의무는 제외되었습니다.
2. 기후 위험에 대한 관리 및 감독
최종 규칙은 비재무정보 공시 규칙인 Regulation S-K를 개정하여 기업이 직면한 중요한 기후 관련 위험과, 이러한 기후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거버넌스 및 프로세스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후 공시를 SEC 제출 서류에 포함할 경우, 제출 서류에 대한 관리 절차를 밟게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비롯하여 외부 채널을 통해 기후 정보를 공시하는 것에 비해 더욱 신뢰성 있는 공시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기업이 전환 계획, 시나리오 분석 또는 내부 탄소 가격을 사용하여 중요한 기후 위험을 관리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관리 방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중요한 기후 관련 목표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연간 진행 상황 등을 공개해야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중요한 기후 전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전환 계획을 채택한 경우 해당 계획에 대한 설명과, 해당 계획에 따라 해당 연도에 취한 조치, 이러한 조치가 기업의 비즈니스 및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기후 관련 위험을 완화하거나 적응하기 위한 기업의 활동, 전환 계획, 목표 및 목표와 관련된 특정 지출에 대한 정량적 공개를 통해 투자자가 이러한 목적을 위해 할당된 계획의 진행 상황이나 재무 상황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 공개를 통해 투자자들은 기업이 기후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과 관련 지출이 공개된 정보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기업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 및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3. 기후 위험에 따른 재무적 영향
기업은 극한 기후를 비롯한 기후 위험으로 인한 기업의 재무적 영향을 공개해야 합니다. 기업은 재무제표의 주석를 통해 극한 기후로 인해 발생한 비용, 손실, 자본화 비용, 청구액 등*을 공개해야 합니다. 이러한 공시는 투자자들에게 현재 기후 위기가 기업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고, 비재무정보 공시 규칙(Regulation S-K)을 통해 기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단, 해당 비용 및 손실의 총액이 해당 회계연도 세전 손익의 1% 이상이고, 10만 달러 이상인 경우 또는 해당 자본화 비용 및 청구액의 해당 회계연도 자본 또는 적자의 1% 이상이고, 50만 달러 이상인 경우에만 공개 대상이 됩니다.
최종 규칙에 명시된 이러한 요건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무질서한 기후 공시가 SEC의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엄격한 공시 절차를 밟고, 허위 진술 및 누락에 대한 책임을 요구받도록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여전히 명심할 점은 이번 최종 규칙은 기후 공시에 대하여 위원회가 취한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최종 규칙에는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누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3월에 제안된 초안에는 모든 상장기업에 대하여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었지만 최종 규칙에는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일부 기업의 Scope 1 및 Scope 2 배출량 정보가 합리적인 투자자에게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Scope 3 배출량 또한 투자자들이 기업 및 산업 전반의 기후 위험을 측정 및 비교하는 데 있어 핵심 지표라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규칙에 따른 보고 항목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미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사용하여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투자자들이 많고, 실제로 한 대형 연기금은 Scope 1~3 배출량 의무 보고에 대한 분명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기업의 기후 위험에 대한 정보가 4,500억 달러 규모의 주 공무원 퇴직금 포트폴리오 전반의 투자 분석과 의사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근본적으로 중요한 지표로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최종 규칙은 이러한 현실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 해당 보고서에는 모든 기업이 Scope 3 배출량을 공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Scope 3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Scope 3 배출량 정보가 생략될 경우 해당 기업을 평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최종 규칙의 내용이 초안에 비해 제한된 수준에 불과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바로 위원회가 기업의 기후 위험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칙을 제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원회의 기후 공시 규칙 제정에 대해서 위원회는 환경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친환경 의제를 수립하거나 기준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에 근거한 의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연방증권법과 연방증권거래법에 따라 공공의 이익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를 요구할 수 있는 명백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위원회는 오랜 시간에 걸친 공시 규정 제/개정 과정에서 기업이 당면하고 있거나 당면할 우려가 있는 위험에 대한 정보,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와 같이 해당 정보가 기업의 재무적 지표가 아닌 경우에도 해당 정보의 공개(임원의 보상, 환경 보호법 준수, 거버넌스 공개 위험 등)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기업의 공시는 정체되어서는 안 되며, 현재 투자자들이 기업의 위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재무적 지표의 경우에도 투자자가 기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는 기업이 직면한 현재 및 잠재적 재무 위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위원회는 다음의 상황을 고려하여 투자자의 요구에 더욱 충실하게 부응할 수 있는 기후 공시 요건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상장기업의 공시 제도는 시장의 혁신과 투자자의 수요 변화에 따라 업데이트 되어야 합니다. 투자자가 기업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진화 또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위원회는 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공시 제도에 반영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위원회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및 기후 위험 공시 기준과 같이 다른 공시 기준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규칙도 추가로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최종 규칙에 따른 보고 의무와 다른 규제에서의 요구사항이 상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이에 대한 요구는 제출된 의견서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위원회는 이 공시제도의 효과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최종 규칙을 기준으로 제출되는 정보가 기업의 기후 위험을 평가하는 데 불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지침 또는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공개의 경우 기업의 2분기 양식(10-Q) 또는 직전 회계연도 2분기에 제출한 양식(10-K)의 수정안을 통해 제출할 수 있어 배출량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게 되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를 위하여 기업은 우선적으로 Scope 1 및 Scope 2 배출량에 대한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중요성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구축된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기반으로 투자자가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릴 때 해당 정보가 중요한지, 해당 정보가 누락될 경우 투자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조합이 크게 달라지게 되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만일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가 기업의 비즈니스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업의 주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엔츠는 미국 SEC의 기후 공시 규칙에 대응이 필요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을 비롯하여 공시 보고 준비를 위한 역량을 지원해드리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 엔츠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