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연합, 공급업체에 LCA 요구
※ 이 글은 8월 5일 발행된 <엔츠레터> 15호에 실린 아티클입니다. 탄소중립 관련 소식과 인사이트를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지금 엔츠레터를 구독해보세요!
지난 7월 16일, ICA 이사회가 데이터센터 관련 협력사를 대상으로 공급 제품의 전과정 환경영향 정보를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ICA(아이메이슨 기후 연합, iMasons Climate Accord)는 AWS,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거대 기업들로 구성된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 단체입니다. (*공개서한 원문 보기)
공급받은 제품, 환경영향이 궁금해
데이터센터의 온실가스 배출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력 사용과 같이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영 배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센터 자체를 제조, 운송, 건설 단계에서 발생하는 내재 배출입니다. ICA는 이번 서한을 통해, 그동안은 운영 배출만 관리해왔지만 앞으로는 내재 배출도 관리할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협력업체들에게 공급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포함한 전과정 환경영향을 산정해줄 것을 요청한 건데요. 보다 정확히는, 국제 표준에 기반한 검증이 가능한 수준으로 제품의 전과정 환경 영향을 산정해 환경 제품 선언서(EPD)를 작성하고 OpenLCA와 같은 제3자 데이터베이스에 이를 배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ICA는 이 정보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내재 배출량의 ‘기준선’을 만들고, 향후 저탄소 자재를 선택하는 데 참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PD란
EPD(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 즉 환경 제품 선언서는 ISO 14025 등 국제 표준에 따라 작성된 문서로,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 영향을 투명하게 보고하는 문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성적표지’로 잘 알려져 있죠.
EPD는 전과정 환경영향 평가(Life-cycle Assessment, LCA)를 바탕으로 작성되며, 온실가스 배출, 자원 소모, 물 사용, 오존층 파괴, 산성화 및 부영양화 등 여러 환경 영향을 산정합니다. ICA는 공개서한을 통해 공급업체들에게 EPD를 요청했지만 데이터센터의 내재 배출량 관리가 목적인 만큼, 주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개 서한일 뿐?
이번 서한은 기업이 공급망에 정보를 직접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거대 IT 기업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인 만큼, 데이터센터 산업의 공급망에는 단순한 권고 이상의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앞서 소개한 대로, ICA는 이번에 얻게 될 정보를 데이터센터 내재 배출량의 현재 수준을 점검하고, 향후 저탄소 자재를 선택하겠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기에 더욱 그렇게 작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ICA는 왜 서한을 보냈을까
ICA의 이러한 요구는 회원사들의 Scope 3 배출량 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과열된 AI 경쟁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Scope 3 배출량이 급증했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가 더욱 절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Scope 3 배출량은 기업이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조직경계 밖의 간접 배출을 포함하는데요, 이번 요구는 특히 Scope 3의 카테고리1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과 카테고리2 (자본재)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카테고리 1은 기업이 구매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배출로,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 건설에 사용되는 자재와 장비의 생산·운송 등 업스트림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이 이에 해당합니다. 카테고리 2는 기업의 자본재(설비, 기계, 건설 자재 등)의 생산·운송 등 업스트림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입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
글로벌 규제 및 공시의 강화 트렌드로 인해 Scope 3 배출량 관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업을 막론하고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의 협력업체에게 유사한 정보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들은 상호 연결된 공급망 속에서 언제든 정보를 요구하고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발빠른 조직 단위 및 제품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시점입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Thumbnail), iMas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