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정보의 활용 전략
지난 글에서는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의 필요성과 그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무수히 많은 ESG 이슈 중 무엇을 ‘재무적으로 중요한 정보’로 선별하는지, 공시된 지속가능성 정보가 실제로 기업과 투자자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후, 인권, 공급망, 보안, 안전, 지배구조 등 그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항목이 동일한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슈까지 모두 공시하는 것은 실효성도,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광범위한 이슈 중에서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를 구조화하는 것, 그리고 그 중에서도 기업 가치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 무엇인지 선별하는 과정, 즉 재무적 중요성을 판단하는 일입니다.
1. 지속가능성 이슈 파악
지속가능성 정보는 기후, 안전, 인권, 공급망, 데이터 보안, 지배구조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합니다. SASB가 제시하는 5대 지속가능성 이슈는 이러한 복잡한 영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널리 쓰이는 구조입니다.

환경(Environment): 온실가스 배출, 대기 질, 에너지 관리, 수자원 관리, 폐기물 관리, 대기오염 관리, 생태계 영향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인권 및 지역사회,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보안, 접근성, 제품 품질 및 안전, 고객 복지
인적 자본(Human Capital): 노동 환경, 안전, 교육·훈련, 다양성 등
비즈니스 모델 및 혁신(Business Model & Innovation): 제품 디자인 및 생애주기 관리, 공급망 관리, 사업 모델 회복력, 원자재 조달, 기후변화 관련 물리적 영향 등
리더십 및 지배구조(Leadership & Governance): 기업 윤리, 경쟁 행위, 법규 준수, 위험 관리, 경영진의 책임 등
이처럼 이슈가 매우 넓기 때문에, 모든 항목이 재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다음 단계에서는 각 이슈가 기업의 현금흐름, 비용 구조, 자산 가치, 자본비용 등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여 재무적으로 의미 있는 이슈를 선별하는 중요성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2. 재무적 중요성을 판단하는 기준
SASB는 산업별로 어떤 지속가능성 이슈가 재무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5가지 기준(Five-Factor Test)을 제시합니다. 이 기준은 단순 개념이 아니라, 실제 기업·투자자가 중요성 평가 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실무적 체크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직접적 재무영향: 특정 ESG 이슈가 매출·비용·자산·부채·자본비용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제조기업은 전력단가·배출권 비용 변화가 즉각적으로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법·규제·정책 영향: 규제 강화나 정책 변화가 기업의 비용 구조나 사업 모델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보호 규제의 강화는 플랫폼·핀테크 등의 기업의 규제준수 비용 증가를 야기합니다.
산업 관행·경쟁 구조: 동일 산업 내 다른 기업의 대응 수준이나 업계 표준의 변화가 중요성을 결정할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최근 RE100 이행 동향은 동일 산업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전환 전략을 필수적으로 수립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해관계자 요구와 사회적 압력: 고객·지역사회·NGO·언론 등 외부 환경이 실제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K-POP 기획사는 아티스트의 안전·노동시간 이슈가 브랜드 가치와 팬덤 충성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혁신 및 성장 기회: 기술 변화나 사업 모델 혁신이 새로운 성장 기회 또는 경쟁력 격차를 키우는지를 평가합니다. 실무적으로는 R&D 투자 계획, 기술 도입 비용 대비 효과 분석, 전환 시나리오 기반 재무 영향 분석 등을 포함합니다.
이들을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같은 ‘기후변화’ 이슈라도 산업별로 재무 영향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항공업은 직접적인 국제 규제(CORSIA)의 적용이나 연료비 변동으로 인해 비용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부동산업의 경우에는 홍수나 폭염 등의 물리리스크 발생 규모 및 빈도 증가로 인해 자산가치가 변동될 수 있습니다. 반면, 금융업의 경우 대출·투자 포트폴리오의 탄소 집약도 규제로 자본비용의 변화가 발생합니다. 즉, 중요성은 기업이 속한 산업·시장·시장 구조·사업모델에 따라 달라지며, 동일 이슈라도 재무적 영향 경로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기업과 투자자는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3.1 기업 내부 활용
오늘날 지속가능성 정보는 CSR 부서나 홍보팀에서 관리하는 부가적 데이터가 아니라, 전략·재무·위험관리·조직운영 전반에 쓰이는 핵심 경영 데이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전략 수립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기업은 기후·환경·사회적 정보를 활용하여 “어떤 사업을 확장하고 축소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립니다. 예를 들어, 탄소배출이 많은 사업부는 향후 탄소비용 증가와 좌초자산 위험을 고려해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재생에너지·전기차·고효율 공정 등 전환 관련 분야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하며, 물리적 기후위험 평가 결과에 따라 공장을 재배치하거나 보험 범위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2) 설비투자(CapEx), 비용 구조 개선, 내부 탄소가격 활용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자원 사용량과 같은 정량 데이터는 기업의 투자·운영 효율화 의사결정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예를 들어, 배출량 상위 공정 중심으로 설비 교체 우선순위 설정하고, 에너지 효율화 프로젝트의 ROI 분석을 수행하고, 내부 탄소가격(Internal Carbon Pricing)을 도입하여 프로젝트를 비교 평가하거나, RE100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재무적 의사결정의 일부로 지속가능성 지표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글로벌 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3) 공급망(벤더) 관리 및 구매 전략 강화
기업은 협력사의 ESG 리스크를 구조화하여 공급망 안정성을 관리합니다. 예를 들어, 인권·안전·환경·부패 리스크를 벤더 평가 기준에 반영하거나 고위험 지역/공정에 대해 ESG 실사 및 감사를 강화하고, Scope 3 감축을 위한 협력사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급망 탄소데이터에 기반한 조달 의사결정 체계를 수립할 수 있습니다.
4) 조직관리·보상체계·문화 설계
많은 글로벌 기업은 지속가능성 정보를 인사·보상 체계에 연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원 KPI에 안전·배출량·다양성 등 주요 지표를 반영하거나 사업부 성과평가에 ESG 요소를 포함하고, 조직문화(공정한 고용, 다양성, 노동환경 개선) 전략에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3.2 투자자 활용
투자자의 데이터 활용은 크게 사전 분석 → 포트폴리오 구성 → 사후관리 → 투자자 보고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정보는 투자 프로세스 전반에 통합되어 있으며,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 모델링, 리스크 관리, 자산배분 전략의 핵심 요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1) 사전 투자 검토
투자자는 기업 공시자료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에 정량적 또는 정성적 분석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 기후·환경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기업의 탄소비용이 얼마나 증가하는가?
- 공급망 인권·노동 리스크가 소송·벌금·평판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 개인정보 보호나 사이버보안 사고가 매출 감소·고객 이탈로 이어질 위험은?
- 지배구조 이슈가 회계 오류·사기·경영 실패로 연결될 가능성은?
- 전환기술이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을 얼마나 뒷받침하는가?
실제로, 탄소집약적 기업의 규제비용 증가는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데이터 보안이 취약한 기업이라면 관련 사고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거나 대규모의 고객이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책 지원 또는 시장 성장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는 투자 판단의 주변 정보를 넘어 재무적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 포트폴리오 구성
자산운용사는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탄소배출 효율을 기준으로 구성한 탄소효율(Carbon Efficiency) 지수, 저탄소 산업과 전환 관련 기업 중심으로 구성한 저탄소·전환지향 포트폴리오, 공급망 전반의 ESG 리스크 정보를 반영해 특정 산업의 비중을 조정하는 섹터 전략, 그리고 재생에너지·기후솔루션 등 특정 지속가능성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한 테마형 ETF 설계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지속가능성 정보는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을 재편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으며, 미래 투자 전략의 핵심 축입니다.
3) 사후관리 및 주주관여
투자자는 투자 후에도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이용해 기업에 변화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요구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 전략 수립 또는 SBTi 목표 설정, 산업재해율 개선 촉구, 이사회 다양성 확보 요청 등을 포함합니다. 또한, 이러한 요구는 기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1:1 주주관여 미팅, 공식 주주서한 발송, 주총 의결권 행사, 공개 질의 또는 결의안 제출 등의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4) 투자자의 자체 보고(SFDR·TCFD·ISSB 기반)
투자자 또한 금융감독기관·자산보유자에게 ESG 리스크 관리 수준(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 지속가능 투자비중,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정책, 전환 시나리오 분석 결과)을 공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이 공시한 지속가능성 정보의 정확성·비교가능성·명확성은 투자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4.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대응 방안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는 단순한 보고 의무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평가, 자본 배분, 리스크 관리와 직결되는 실질적 의사결정 도구이자 투자자·규제기관·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장기적 신뢰성과 회복력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규제 환경이 빠르게 정교해지고, 비재무 요인이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해짐에 따라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존 재무공시가 담지 못했던 기업의 미래 가치와 리스크 프로파일을 체계적으로 드러내는 현대적 공시체계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중요성을 아무리 정교하게 판단하더라도, 데이터가 부정확하거나 일관되지 않으면 공시 전체의 신뢰가 훼손됩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ESG 데이터 거버넌스, 내부 통제(Internal Controls), 외부 검증, 그리고 자동화·디지털화된 MRV 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수집–검증–모니터링–보고 전 과정이 연결되어 있어야만 규제 대응과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모두에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적 데이터 관리와 정교한 공시 프로세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기업이 갖추어야 할 기본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환경 정보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감축계획, 전환전략, 공급망 데이터까지 요구되는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기업 내부에서 이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검증하며 반복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바로 이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고, 기준은 매년 바뀌며, 배출량 산정은 복잡하고, 검증 대응까지 필요해 공시 준비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엔츠는 이러한 기업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회계 솔루션 엔스코프(AENTScope)와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전략적 경쟁력이 되는 시대,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엔츠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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