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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정보 공시의 필요성과 그 배경

 

오늘날 기업과 투자자, 규제기관,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앞다투어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재무제표만 성실히 제출하면 충분하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기후변화, 인권, 노동, 지배구조, 다양성 등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 가치와 리스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공시’라는 제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기업의 불투명한 정보 제공이 시장 붕괴를 악화시켰다는 반성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때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설치하고 기업에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면서, 공시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핵심 장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 후 각국의 회계와 공시 기준이 표준화되면서,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사결정 유용성(Decision-usefulness)” 개념이 재무보고의 중심 원칙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오늘날 논의되는 지속가능성 공시 역시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결국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는 모두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누가, 왜 지속가능성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공시의 기준이 되는 ‘중요성(Materiality)’ 원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더 나아가 왜 재무정보만으로는 기업의 가치와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가 갖는 필요성과 의미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지속가능성 정보는 왜 필요한가?

1) 투자자 관점

오늘날의 투자자는 단순히 매출, 이익, 부채비율과 같은 전통적 재무지표만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같은 재무성과를 내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1) 기후·환경 규제로 인해 향후 탄소비용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지, 2) 인권·노동·부패 이슈로 인해 평판 리스크나 소송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지, 3) 물 부족, 생물다양성 훼손, 공급망 불안정과 같은 외부 요인이 사업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수익성과 변동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 정보는 더 이상 “착한 기업을 고르기 위한 참고자료”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초과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인지, 잠재적 손실 가능성이 과소 또는 과대평가된 기업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 기반 발전 비중이 높은 전력회사의 경우 탄소배출량, 전환 계획, 정책 리스크 시나리오 정보는 미래 규제비용과 좌초자산(Stranded asset) 위험을 분석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전기차 등 전환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우, 매출구조와 기후기여도, 정책·시장 추세에 대한 정보가 성장 스토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2) 기업 내부 관점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수요는 외부 투자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업 내부에서도 이미 1)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및 중장기 전략 수립, 2) 설비투자(CapEx) 및 에너지·자원 효율화 투자 의사결정, 3) 공급망 관리 및 협력사 리스크 평가, 4) 인재 확보 및 조직문화·보상체계 설계 등의 영역에서 지속가능성 데이터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 교체 및 효율화 투자의 우선순위를 설정합니다. 리테일 기업은 공급망의 인권·노동 리스크 정보를 분석해 벤더 선정 기준과 계약조건, 감사 계획을 조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그룹사는 각 법인의 ESG 데이터를 통합해 성과평가, 내부 탄소가격 부과, 인센티브 설계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내부 의사결정에 지속가능성 정보 활용이 확산될수록, 자연스럽게 외부 이해관계자에게도 일관된 기준에 따라 해당 정보를 공시할 필요성이 커지게 됩니다.

 

3) 생태계 전반(규제기관·정책입안자·데이터·평가기관 등)의 관점

지속가능성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단순히 기업이나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주체들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커다란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정부와 규제기관은 산업과 금융 시스템이 어떤 기후·환경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지, 전환 과정에서 어떤 비용이 발생할 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고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꾸준히 요구하게 됩니다.

또한 산업단체와 표준 제정 기구는 각 업종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정보 공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회원사가 일정한 수준의 공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업계 전체가 ‘같은 언어’를 쓰도록 만드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평가기관이나 지수사업자들은 기업들이 공시한 정보를 분석해 ESG 등급을 매기거나 지속가능성 테마지수를 만들고, 이를 다시 투자자에게 제공합니다. 투자자들은 이 정보를 참고해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자본이 어디로 흘러갈지 결정하게 됩니다.

결국 이렇게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지속가능성 정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2. 공시 기준 - ‘중요성(Materiality)’의 원칙

지속가능성 공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단연 중요성(Materiality)입니다. 중요성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어떤 내용을 반드시 공시해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기업의 공시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정보가 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가를 선별하는 과정이 공시의 출발점이 됩니다.

여러 회계·공시 체계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중요성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용자 관점: 중요성은 ‘누가 이 정보를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주로 기존·잠재적 투자자와 채권자 등, 재무정보 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합니다.

맥락 고려: 동일한 정보라 하더라도 산업 특성, 기업 규모, 규제 환경, 시점 등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리적 기후위험은 제조업과 금융업에서의 중요성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량적·정성적 요소 고려: 단순히 금액 규모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 위반, 중대한 사고, 인권 침해, 지배구조 이슈 등 정성적 요소도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중요 정보로 간주됩니다.

판단 필수: 일정 비율 이상이면 중요하다고 기계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경영진과 공시 책임자는 구체적 상황과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중요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주요 회계기구의 중요성(Materiality) 정의

출처: Source: H. Gin Chong, ‘A Review on the Evolution of the Definitions of Materiality,’ International Journal of Economics and Accounting 6, no. 1 (2015).

 

중요성이 항상 고정된 개념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투자자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정보가, 시간이 흐르면서 핵심 공시항목으로 편입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가’는 경제·기술·사회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환경·인권과 관련된 정보가 투자자의 주요 관심사로 인식되지 않아 제한적으로만 공시되었지만, 기후위기 심화,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인권·노동 문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평판이 장기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이 부각되면서, 이제는 이러한 정보가 투자자 의사결정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후리스크, 탄소배출, 공급망 인권 리스크 등은 더 이상 선택적 공시의 영역이 아니라, 점차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한 정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중요성 원칙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잘못된 판단이 공시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공시에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Misstatement(허위 또는 부정확한 정보): 사실과 다른 정보가 포함되거나, 중요한 수치가 잘못 기재되어 이용자의 판단을 왜곡하는 경우입니다.

Omission(중요 정보의 누락):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또는 비의도적으로 공시하지 않아 기업의 실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Obscurement(불명확하거나 과도하게 복잡한 표현): 정보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작성하거나 핵심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표현하여 수요자가 중요한 포인트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오류들은 기업의 공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투자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해하며, 궁극적으로 시장의 효율성과 건전성까지 훼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성·완전성·명확성’은 지속가능성 공시에서도 절대적인 기준이 됩니다.

 

3. 왜 재무공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오늘날 기업의 시장가치는 브랜드, 기술, 데이터, 인적자원, 평판, 이해관계자 신뢰 등 다양한 무형자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재무제표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거나, 역사적 원가 및 보수적 인식 원칙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표현됩니다.

기후·환경·사회적 리스크 역시 현재 재무제표 상의 수치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잠재부채나 전환 리스크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전환기술·기후솔루션과 같은 새로운 사업 기회는 미래 가치와 성장성의 원천임에도, 기존 재무정보만으로는 그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재무제표만으로는 기업의 실제 가치와 리스크를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고,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지속가능성 정보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비GAAP 지표, 경영진의 논의와 분석(MD&A),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보상정책 등 비재무 정보를 공시해 왔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믹스,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산업재해율, 인권·다양성 관련 지표, 공급망 관리, 윤리·준법경영 시스템 등이 더해지며, 사실상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가 기존 공시 체계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욱이 책임투자, 장기투자, 수탁자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지속가능성 정보는 투자 프로세스 전반의 기본 입력값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 투자자는 포트폴리오의 기후·환경·사회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의 관련 공시를 적극 요구합니다. 자산운용사는 저탄소 지수, 지속가능 금융상품, 테마펀드 등을 설계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기관투자자는 주주관여와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기업의 기후전략, 인권·노동 정책, 지배구조 구조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모든 활용은 기업이 일관된 기준에 따라 공시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공시 기준의 정합성과 비교가능성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4. 맺음말

정리하자면,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는 투자자, 기업, 규제기관, 데이터·평가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장치이며, 1929년 대공황 이후 발전해 온 공시제도의 역사 속에서 등장한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이고, ‘중요성(Materiality)’이라는 원칙 아래, 투자자와 기타 주요 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선별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재무정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업의 가치와 리스크를 보완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자본배분과 장기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려는 시도입니다.

향후 글에서는 이러한 개념적 논의를 바탕으로, 기업 내부에서 지속가능성 정보를 전략·위험관리·성과관리 등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투자자가 실제로 공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 사전·사후 투자, 인덱스 구성, 주주관여 등에 사용하는지 등 보다 실무적인 활용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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