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G 프로토콜 Scope 2 보고 지침, 10년 만의 전면 개정이 의미하는 것
GHG 프로토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온실가스 회계·보고 기준을 개발하는 국제 이니셔티브로, 기업과 공공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공시할 수 있도록 표준과 지침을 제시해 왔습니다. GHG 프로토콜의 목적은 단순히 배출량을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조직이 일관되고 비교 가능한 배출 정보를 기반으로 감축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후과학이 요구하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을 전 지구적으로 가속화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 때문에 Scope 1·2·3 구분 체계부터 배출량 산정과 보고 방식 전반에 이르기까지, ISSB, ESRS 등 오늘날 대부분의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는 GHG 프로토콜을 기초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GHG 프로토콜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Scope 2 보고 지침’의 전면 개정을 추진하며 올해 1월 31일까지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개 의견수렴 기간 동안 수집된 의견은 전담 기술 작업반의 검토를 거쳐 개정안의 수정·보완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2026년 중 Scope 2 보고 지침과 관련된 두 번째 공개 의견수렴이 추가로 진행될 계획입니다. 이를 거쳐 개정된 Scope 2 보고 지침의 최종 확정 및 공식 발행은 2027년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기술적 보완을 넘어, 지난 10년간 변화한 전력시장 구조와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 그리고 Scope 2 회계가 실제로 사용되어 온 방식에서 드러난 한계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Scope 2 보고 지침 개정 목적
기존 Scope 2 보고 지침은 전력 소비에 따른 배출량을 지역 기반(Location-based) 과 시장기반(Market-based) 두 가지 방식으로 병행 보고하도록 하여, 기업의 전력 조달 선택과 전력망 평균 배출 강도를 동시에 보여주는 구조를 정착시켰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진전된 접근이었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더욱이 2015년 Scope 2 지침이 만들어질 당시와 지금의 전력 시장과 기업의 전력 조달 환경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전력구매계약(PPA), 녹색요금제 등 다양한 계약 수단이 확산되었고, 전력망 역시 국가 단위가 아닌 시간·지역 단위의 수급 불균형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 주장에 대한 해석 차이, 계약 기반 주장과 실제 전력 공급의 괴리, 시장기반·위치기반 결과의 의미 혼선과 같은 구조적 한계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Scope 2 회계의 정확성·일관성·물리적 현실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핵심 변화 ① 더 강화된 시장 기반 방식의 ‘품질 기준’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시장 기반 방식에 적용되는 계약 수단에 대해 품질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보고 지침에서도 품질 기준은 존재했지만, 실제 적용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해석되거나 형식적으로 충족되는 경우가 많아 계약이 실제 전력 공급 구조와 얼마나 연계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 결과, 동일한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이라도 기업 간 Scope 2 결과의 의미가 크게 달라지거나, 물리적 전력 흐름과 무관한 배출 감축 주장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1) 전력 사용 시점과 재생에너지 발전 시점의 시간적 일치성, 2) 전력이 실제로 지리적으로 전달 가능한 동일 또는 연계 전력망 내에서 거래되었는지에 대한 공간적 일치성, 3) 계약적 주장과 배출량 산정 간 중복 산정 방지 여부 등을 보다 명확히 검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연간 총량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주장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언제, 어디서, 실제로 공급받을 수 있었던 전력인가에 대한 설명 책임이 강화되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해당 인증서가 전력 소비의 시간 및 공간적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가 됩니다.
핵심 변화 ② 정교화된 지역 기반 방식
개정안은 시장 기반 방식뿐 아니라 지역 기반 방식에 대해서도 보다 정교하게 다듬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국가 단위 평균 배출계수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는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전력망이 국가 단위보다 더 세분화된 균형지역·전력권 단위로 운영되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동시에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가용한 경우 보다 정밀한 위치 정보가 반영된 배출계수를 우선 적용하고, 연간 평균이 아닌 시간대별 소비 패턴을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산 기반 평균 계수보다, 실제 전력 소비가 연결된 전력 시스템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소비 기반(consumption-based) 배출계수의 우선 적용 역시 중요한 변화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기반 방식의 기본 취지인 비교 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기반 = 단순 평균”이라는 인식을 수정하고, 실제로 연결된 전력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과 리스크를 보다 정확히 반영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지역 기반 방식은 더 이상 보조적 참고값이 아니라, 전력 시스템 노출도와 감축 여건을 해석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분석 도구로 진화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핵심 변화 ③ ‘결과적 회계’ 논의의 등장
이번 공개 의견수렴에서는 Scope 2 보고 지침 개정과 함께 결과적 회계(consequential accounting)에 대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결과적 회계는 기존 인벤토리 기반 회계처럼 “조직 경계 내에서 누가 얼마를 배출했는가”를 묻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특정 선택이나 행동이 전력 시스템 전체의 배출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지를 평가하려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면, 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단지 해당 기업의 Scope 2 배출량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 시스템 전체의 배출량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GHG 프로토콜은 기존의 Scope 1·2·3 인벤토리 기반 회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결과적 회계를 보완적 정보로 분리해 제공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 간 비교 가능성을 위한 인벤토리는 유지하면서도, 시스템 차원의 영향은 별도의 정보로 해석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기업 실무에 주는 시사점
이번 Scope 2 보고 지침 개정 논의가 기업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Scope 2 배출량의 ‘신뢰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향후에는 동일한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이라 하더라도, 어떤 계약 구조를 선택했는지에 따라 Scope 2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둘째, Scope 2 배출량은 더 이상 보고를 위한 항목이 아니라, 전력 조달 전략, 계약 구조, 데이터 관리 수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는 RE100, K-ETS, 글로벌 바이어 요구,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평가와도 직결됩니다.
셋째, 기존 보고 지침이 유지해 온 이중 보고 구조는 유지하되, 틀 안에서 허용되던 해석의 여지가 줄어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데이터의 출처, 계약 구조, 잔여믹스 적용 방식 등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관행에 의존하던 부분들이 점차 명시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Scope 2 보고 지침 개정은 아직 최종 확정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력 소비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그 계산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논의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엔츠는 탄소회계 솔루션 엔스코프(Aentscope)를 통해 기업의 Scope 2 배출량 산정 구조, 전력·에너지 데이터 관리, 계약 수단별 배출계수 적용 로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GHG 프로토콜 보고 지침에 따라 기업이 과도한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전력 조달·감축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솔루션과 전문 자문을 함께 제공해 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