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배출량과 Scope 3 '투자' 카테고리
지난 7월 17일,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기관들의 금융배출량 관리 현황을 다룬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탄소중립 목표 설정과 금융배출량 관리 현황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금융배출량의 개념과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관리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다운로드)>
금융배출량이란 무엇일까요?
금융배출량, 금융권에서는 이제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용어일 것 같습니다. 금융배출량이란 간단히 말해, 금융기관이 투자나 대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여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합니다. 금융배출량은 GHG 프로토콜이 제안하는 Scope 3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Scope 3는 기업의 가치 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량인데, 금융배출량이 Scope 3 카테고리 15의 ‘투자’ 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금융배출량이 중요한 이유는 금융기관의 전체 배출량 중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의 경우, 조직경계 내에서 발생하는 직간접 배출(Scope 1, 2)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투자로 인한 간접 배출(Scope 3)이 전체 배출량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전 산업에서 Scope 3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인 것을 생각해볼 때 무척 큰 수치입니다.
PCAF, 금융배출량 산정의 길잡이
GHG 프로토콜은 Scope 3의 ‘투자’ 카테고리를 산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금융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하기 위해서는 GHG 프로토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를 위해서 탄소회계 금융협의체(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 PCAF)가 금융기관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개발한 겁니다.
PCAF는 2015년 네덜란드의 14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로, 현재는 전 세계의 금융기관들과 함께 금융배출량 산정방법론을 개발 및 제공하고 있습니다. PCAF의 방법론은 GHG 프로토콜, CDP, SBTi 등 주요 기후 관련 이니셔티브에서도 필수적 권고안으로 명시될 만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금융배출량 감축
금융기관들은 이미 금융배출량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금융배출량은 감소 추세에 있으며, 2021년 대비 2022년에는 0.7%, 2023년에는 5.8% 감소했다고 합니다. 중장기 감축 목표를 세운 은행도 많습니다. 2024년 4월 기준 국내 20개 은행 중 13개 은행이 2050년까지 금융배출량을 넷제로(Net-zero)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개했고, 이 중 11개 은행은 2030년까지 기준 연도(2019 ~ 2022년) 대비 26% ~ 48% 감축이라는 중간 목표도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은행들의 금융배출량은 2019년 대비 26.7~26.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평균 35% 감축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와 은행의 대출 구조, 그리고 은행 내부 체계의 한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국내 은행들이 금융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첫째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감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 단기간에 금융배출량을 크게 줄이기 어려운 구조라고 합니다. 둘째, 국내 은행의 기업 대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동기와 친환경 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은행들이 녹색금융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체계, 그리고 고객들의 탄소 배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 또한 부족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주요 은행들의 금융배출량은 우리나라 금융 자원의 배분을 통해 시중 자금이 고탄소산업에서 저탄소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경제 전반의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책임지는 짐이 무거운 만큼, 금융배출량의 관리는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핵심 지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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