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29일, 사실상 온실가스 회계의 국제 기준인 GHG 프로토콜 ‘기업 회계 및 보고 표준(Corporate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 이하 ‘기업 표준’)’의 통합 개정 계획을 담은 표준 개발 계획(Standard Development Plan, SDP)을 공개했습니다. 새 표준은 잠정적으로 ‘Corporate Standard Version 3.0’의 이름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공동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는 2004년 기업 표준이 처음 나온 이후 약 20년 만의 가장 큰 개편입니다.
이번 통합은 GHG 프로토콜과 ISO가 각자의 기준을 하나로 맞춰 ‘단일 기준’을 만들기 위한 시도로서, COP30 의장단이 제시한 ‘조화롭고 과학에 부합하는 글로벌 온실가스 회계 체계(integrating and harmonizing greenhouse gas accounting across the world)’ 구축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무엇이 통합되는지,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보고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기업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1. 무엇이 하나로 통합되나요?
지금까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하는 실무 현장에서는 GHG 프로토콜과 ISO 14064-1이라는 두 기준이 나란히 쓰였습니다. 큰 틀에서 이 두 개의 기준의 산정 원칙은 유사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출량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GHG 프로토콜이 배출량을 Scope 1·2·3으로 구분하는 반면, ISO 14064-1(2018년 개정)은 직접 배출(범주 1)과 구매 에너지에 따른 간접 배출(범주 2)에, 운송·사용 제품·판매 제품·기타로 세분한 간접 배출(범주 3~6)을 더해 여섯 개 범주로 나눕니다. 즉, GHG 프로토콜의 Scope 3가 ISO에서는 성격별 네 개 범주로 분류됩니다.
조직 경계를 설정하는 기준도 다릅니다. GHG 프로토콜은 지분율 접근법이나 통제 접근법(재무통제·운영통제) 방식을 제시하지만, ISO 14064-1은 특정 방식을 제시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경계를 정해 문서로 남길 것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표준의 성격 자체도 달라서, GHG 프로토콜이 온실가스 회계의 예시와 의사결정 흐름을 담은 ‘지침서’에 가깝다면 ISO 14064-1은 ‘~해야 한다(shall)‘는 의무 문장으로 짜여 검증·인증에 곧바로 쓰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 하나의 기준으로 만든 결과를 다른 기준에 맞춰 다시 손보거나, 검증 단계에서 이러한 차이를 해명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이번 GHG 프로토콜 기업 표준의 개정은 바로 이러한 이중 부담을 해소하자는 목적에서 출발합니다.
주요 개정 사항 중 하나는 이번 개정을 통해 GHG 프로토콜 기업 표준은 기존의 네 가지 표준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점입니다. 즉, 표준 개발 계획에서는 배출량 산정의 기본 틀 역할을 하는 기업 표준 외에, Scope 2 보고 지침(Scope 2 Guidance), Scope 3 표준(Scope 3 Standard), 행동 및 시장 수단(AMI, Actions and Market Instruments)을 하나의 통합 표준으로 통합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ISO의 조직 단위 온실가스 산정 표준인 ISO 14064-1을 ‘조화(harmonize)‘시켜 하나의 공동 표준으로 개정할 계획입니다. 공개된 표준 개발 계획에 따르면 새로운 표준은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Part 1은 일반 요구사항과 물리적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Part 2는 AMI를 담습니다.
2. 언제 바뀌고, 그동안 기존 표준은 어떻게 되나요?
당장 지금의 배출량 산정 기준과 방식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통합 표준의 공개 협의(public consultation)는 2027년 2분기, 최종본 확정은 2028년 말로 예정되어 있어 약 2년 이상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그 전까지는 현행 표준(2004년 기업 표준, 2015년 Scope 2 보고 지침, 2011년 Scope 3 표준)이 그대로 유효합니다.
GHG 프로토콜 최고경영자인 팀 모힌(Tim Mohin)은 “단일 기업 표준은 보고를 단순화하고 중복을 줄이며, 시장과 관할지역 간 일관성을 높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은 배출량을 보고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실제 배출량을 줄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 가장 큰 변화: ‘다중 명세서(multi-statement)’ 구조
이번 개정에서 눈여겨볼 가장 큰 변화는 보고 방식입니다. 지금까지의 회계가 Scope 1·2·3이라는 하나의 인벤토리에 모든 배출량을 담았다면, 통합 표준은 배출량을 성격에 따라 여러 명세서로 나누어 보고하는 ‘다중 명세서’ 구조로 나아갑니다. GHG 프로토콜이 2026년 3월 공개한 AMI 1단계 백서는 네 가지 명세서를 제시했습니다.
(1) 물리적 온실가스 인벤토리 — 인증서나 계약은 배제하고, 사업장과 전력망에서 물리적으로 발생한 그대로의 배출량을 담습니다. 회계의 뼈대에 해당하며, 네 명세서 가운데 유일하게 보고 의무가 확정된 항목입니다.
(2) 시장기반 온실가스 인벤토리 — PPA(전력구매계약), REC(재생에너지 인증서) 등 환경속성인증서(EAC)를 반영한 배출량입니다.
(3) GHG 영향 성명 — 기업의 감축 활동이 대기 중 온실가스에 미친 영향을 정량화합니다(결과주의 회계 반영).
(4) 비온실가스 지표 — 온실가스로 환산되지 않는 이행 지표·KPI입니다.
이 가운데 (2)·(3)·(4)의 필수·선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후속 단계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핵심은 물리적으로 발생한 실제 배출량과 시장수단을 반영한 배출량을 명확히 분리해, 이중계산을 막고 감축 주장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장수단은 소유권 이전 관리(Chain of Custody)와 계약상 추적성을 갖춰야 배출량 산정에 인정됩니다. Scope 2 산정 방식도 위치기반과 시장기반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함께 정비되고 있습니다.
4.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이번 개정의 방향은 이미 공개된 Scope 3 개편안에서도 드러납니다. 개편안은 필수로 산정해야 할 배출량 가운데 최소 95%를 빠짐없이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기존 15개 범주에 담기 어려웠던 활동—프랜차이즈나 라이선스, 금융기관이 인수·주선 과정에서 유발하는 배출 등—을 모으는 16번째 범주를 새로 두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기업이 준비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개정 흐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담당 체계를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행 표준이 유효한 만큼 조급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표준안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에는 배출량 데이터를 다루는 사내 시스템과 통제 절차, 그리고 외부 검증에 대비한 준비 상태를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데이터 인프라를 미리 탄탄히 해야 합니다. 특히 Scope 3와 제품 단위 회계에서는 대략적인 산업 평균값에 의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실측·1차 데이터에 기반한 산정 역량이 곧 경쟁력이 됩니다.
셋째, 연쇄 효과를 감안해야 합니다. CDP,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공시·목표 체계가 모두 GHG 프로토콜 회계에 기반하고 있어, 이번 개정은 이들 기준의 개정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마치며
정리하면, 이번 GHG 프로토콜 개정은 흩어져 있던 표준을 ISO와 함께 하나로 통합해 ‘단일 기준’을 만들고, 배출량을 물리적 실측과 시장수단으로 나누어 더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바꾸는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눈여겨볼 점은, 규칙이 확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배출량 데이터의 품질과 관리 체계를 다져 두는 것입니다. 표준이 통합될수록,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얼마나 정확하고 일관된 데이터를 갖고 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엔츠는 온실가스 관리 솔루션 엔스코프와 기후 전문가의 컨설팅을 결합하여, 변화하는 국제 표준에 대응할 수 있는 Scope 1·2·3 인벤토리 구축과 상시 데이터 관리 체계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GHG 프로토콜 개정 대응 방안이나 배출량 데이터 고도화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