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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탄소시장, EU 배출권거래제(EU ETS) 이해하기

분류정책 · 규제 발행2026 / 07 / 15
세계 최초의 탄소시장, EU 배출권거래제(EU ETS) 이해하기

세계 탄소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EU ETS(EU Emissions Trading System)은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K-ETS)의 원형이기도 합니다. K-ETS는 설계 단계에서 EU ETS의 많은 부분을 차용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그 변화 방향에 꾸준히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여기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까지 더해지면서, EU의 탄소 가격은 유럽에 사업장이 없는 한국 기업에게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탄소시장, EU ETS를 살펴보겠습니다.

1997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비용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 메커니즘의 개념을 국제 협약에 처음으로 규정했습니다. 감축 비용이 더 낮은 곳에서 먼저 감축이 일어나게 하자는 이 아이디어를 실제 제도로 구현한 것이 유럽연합이었습니다. EU는 이러한 국제적 합의를 바탕으로 2005년,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지역 단위 배출권거래제인 EU ETS를 출범시켰습니다. 현재 EU ETS는 EU 27개 회원국과 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에 적용되며,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EU ETS의 작동 원리는 Cap & Trade로 요약됩니다. 먼저 EU가 역내 전체의 배출 허용 총량(Cap)을 정하고, 이 총량을 매년 일정 비율씩 줄여나갑니다. 대상 기업은 자신이 배출한 온실가스 1톤당 1개의 배출권(EUA)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요. 할당받은 배출권이 남는 기업은 시장에 내다 팔고, 부족한 기업은 사들이는 거래(Trade)가 이루어집니다.

이 구조에서 기업은 매년 직접 감축하는 비용과 배출권을 구매하는 비용 중 어느 편이 더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감축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낮은 기업은 감축을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하게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는 가장 저렴한 감축 수단부터 순서대로 동원되고, 총량이 줄어들수록 배출권 가격이 올라 감축 유인은 점점 강해지는 원리입니다.

EU ETS는 지금까지 4개의 거래기간(Phase)을 거치며 이 설계를 다듬어 왔습니다.

 

1-2기에는 대부분의 배출권이 무상으로 할당됐지만, 3기(2013~2020)부터는 경매를 통한 유상할당이 기본 방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발전부문은 배출권 비용을 전력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는 100% 유상할당이 적용되었습니다. 다만 산업부문은 단계적으로 유상 비중을 높이되, 탄소 규제가 약한 국가로 생산이 이전되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 위험이 큰 업종에는 무상할당을 유지했습니다. 무상할당은 이후 CBAM 도입과 맞물려 단계적으로 축소될 예정입니다.

적용 범위는 출범 당시 전력·열 생산, 정유, 철강, 시멘트, 제지, 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시작해 2012년 역내 상업 항공, 2024년 해운으로 확대됐고, 2027년부터는 건물과 도로 운송의 연료 공급을 다루는 별도의 시장인 ETS2가 가동될 예정입니다. 나아가 지난 7월 EU 집행위원회는 2040년 감축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EU ETS 개편안을 발표하며, DACCS(직접공기포집·저장) 등 탄소제거 크레딧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탄소제거 크레딧 수요의 중심을 자발적 시장에서 규제 시장으로 옮기는 의도적인 전환인 만큼, 다른 국가의 배출권거래제에 청사진으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K-ETS와의 차이점

2015년 출범한 K-ETS는 EU ETS를 원형으로 설계됐지만, 전력시장 구조와 시장 참여자 등 우리나라의 여건에 맞추어 변형된 지점들도 있습니다.

 

① Scope 2 포함 여부

가장 구조적인 차이는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Scope 2)의 취급입니다. EU는 전력시장이 민영화되어 있어 발전사가 부담한 배출권 비용이 전기요금에 곧바로 반영됩니다. 발전사(Scope 1)만 규제해도 전기를 쓰는 기업과 가계가 간접적으로 탄소 가격을 부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전력 소비를 줄일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전력 가격이 통제되기 때문에, 발전사만 규제할 경우 배출권 비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않아 기업이 전력 사용을 줄일 유인이 부족합니다. K-ETS가 세계적으로 드물게 Scope 2를 할당과 규제에 포함한 것은 이 간극을 보완하기 위한 설계입니다. 다만 발전 단계의 직접배출과 사용 단계의 간접배출을 함께 관리하는 데서 오는 이중계산 문제는 K-ETS의 오랜 논쟁거리이기도 합니다.

② 유상할당 도입 비율 속도

EU가 이미 3기(2013년)부터 경매를 기본 방식으로 전환한 것에 비해, K-ETS는 3차 계획기간까지 유상할당 비중이 10%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올해 시작된 4차 계획기간(2026~2030) 에서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2026년 15%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고, 산업 등 그 외 부문에도 15%를 적용하며 격차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규제 도입 성숙도에 따라 전반적으로 속도의 차이가 있음에도, K-ETS의 변화 방향을 가늠하려면 EU ETS가 걸어온 길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③ 거래 구조

EU ETS에서는 배출권 거래의 대부분이 ICE Futures Europe 등 주요 거래소의 선물 거래로 이루어지고, 할당대상이 아닌 금융기관과 투자자도 시장에 참여합니다. 참여자가 다양하고 유동성이 풍부해 배출권 가격이 감축 투자의 기준점, 즉 ‘가격 신호’로 기능하는데요. 반면 K-ETS는 한국거래소의 현물 거래가 중심이고 참여자도 할당대상업체와 일부 증권사 등으로 제한되어, 거래량이 적고 가격이 감축 신호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톤당 약 80유로와 1만 원 안팎이라는 두 시장의 가격 차이에는 이러한 구조의 차이도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U ETS는 지난 20년간 실험과 보완을 거듭해 왔고, 그 진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높은 전기료와 원자재 비용에 직면한 유럽 에너지 집약 산업의 경쟁력 우려 속에 새로운 국면을 맞은 EU ETS 개편을 살펴보겠습니다.

엔츠는 기업 탄소관리 플랫폼인 엔스코프와 기후 전문가의 도움을 바탕으로, 기업의 효율적인 배출권거래제 대응을 돕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은 언제든 문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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