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100% 사용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RE100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은 36개이고, 글로벌 RE100 참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국내에서 마련된 K-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2026년 기준으로 무려 1,690개입니다. 2026년 1월부터 현재까지 이들 기업이 사용한 재생에너지는 총 5,522,502MWh에 달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양과 조달 수단이 기업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도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새로운 이행수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바로 2026년 8월부터 약 4개월에 걸쳐 시범 운영되는 재생에너지 자가설비 인증서(REGO)입니다. 정부는 REGO를 통해 그동안 전기요금 절감 용도에 머물렀던 주택·산업단지의 자가용 태양광을, RE100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REGO 시범사업의 내용을 정리하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몇 가지 질문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REGO 시범사업,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REGO(Renewable Energy Guarantees of Origin)는 기업이나 개인이 자가소비 목적으로 설치한 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이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졌음을 증명하는 인증서입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통합모니터링시스템(REMS, Renewable Energy Monitoring System)을 통해 발전량이 확인되면 설비 소유자에게 REGO가 발급되고, 설비 소유자는 이를 플랫폼 시장 및 장외시장을 통해 판매하거나 중개사업자를 통해 거래할 수 있습니다.
(1) 발급·거래 방식
REMS를 통해 2025년 1월 이후부터 발생한 월단위 발전량 1MWh당 1REGO가 발급되며,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3년입니다. 설비 설치비를 정부·지자체·소유자가 어떤 비율로 부담했는지에 따라 각각에게 REGO가 나누어 배분되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중 정부 REGO는 국가 REC 판매요건을 준용하여 판매 검토할 예정입니다. 거래는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현물시장과 장외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며, 설비 관리와 거래를 대신해 주는 중개사업자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REGO 거래 내역을 기반으로 REGO 유효기간 내 수요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신청 및 발급할 수 있습니다.
(2) 시범사업 일정과 대상
시범사업은 2026년 8월 10일부터 11월 27일까지 운영됩니다. 제출 서류를 기반으로 참여 자격 적격 여부를 검토하여 최대 300개 설비와 최대 40개 수요기업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참여 설비는 2022년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지원사업 지원을 통해 설치확인을 받고 REMS와 연계된 10kW 이상의 자가용 설비여야 하며, 최근 1년간 고장 이력 없이 정상 가동 중인 설비여야 합니다. 반면, 수요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 제도 참여기업으로, RE100 시장에서의 REC 거래 플랫폼을 통해 REC를 구매하고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은 이력이 최소 1건 이상 존재하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다만 시범사업에서는 실제 금전거래 없이 모의거래로 운영되고, 이 기간에 발급된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는 실제 RE100 실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해 2027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입니다.

2. REC와 REGO는 어떻게 다를까요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이름도 비슷하고 둘 다 1MWh당 하나의 인증서(REC 또는 REGO)가 발급되기 때문인데요. 핵심 차이는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가에 있습니다.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는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전력계통에 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입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아래에서 발전사업자의 의무 이행 수단으로 출발했고, RE100시장에서는 기업이 이 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즉 REC는 기본적으로 계통에 판매되는 전력을 다룹니다.
반면 REGO는 자가소비 설비, 즉 생산한 전력을 계통에 팔지 않고 직접 소비하는 설비를 대상으로 합니다. 지금까지 자가용 태양광에서 나온 재생에너지의 가치는 전기요금 절감으로만 소진될 뿐, 제3자와 거래할 수 있는 별도의 체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REGO는 바로 이 공백을 메우는 제도로서, 정리하자면, REC가 판매용 발전을 인증한다면 REGO는 자가소비 발전을 인증하는 셈입니다.
3. REC와 RPS 시장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요
REGO를 이해하려면, 지금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전체가 큰 전환기에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REC 이야기와 REGO 이야기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최근의 제도 변화를 먼저 정리하겠습니다.
(1) RPS 폐지와 경매제 전환
REC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산물입니다. RPS는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2012년 2%로 시작해 올해 15%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발전사들이 신규 설비를 늘리기보다 REC 구매로 의무를 채우면서 REC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등 구조적 한계가 지적돼 왔는데요. 이에 2026년 5월 RPS 폐지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였고, 2027년 시행을 목표로 RPS를 폐지하고 정부가 장기계약 물량을 경매하는 장기 경매제로 전면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발전량 기준이 아니라 신규 설비용량 기준으로,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반영한 별도 상한가 체계로 운영되는 방식입니다.
(2) REC 현물시장의 단계적 폐지
이 개편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실시간 거래하던 REC 현물시장은 사라지고, 시장은 장기 계약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다만 REC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신규 진입은 막히지만, 이미 발급된 REC는 유효기간(3년) 동안 인정되어 RE100 시장 등에 판매할 수 있고, 장기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발전소는 계약기간 동안 REC가 계속 발급됩니다. 변동성이 컸던 현물시장 자체는 유예기간을 거쳐 2029년경 폐지될 예정입니다. 즉 “REC가 곧 사라진다"기보다, 거래 방식이 현물에서 장기계약으로 이동한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3) 그렇다면 REGO는 REC를 대체하는 제도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직접적인 대체 관계는 아닙니다. REGO는 REC가 다루지 못했던 자가소비 영역을 겨냥한 별개의 인증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두 제도는 RE100 이행수단을 다시 설계한다는 같은 정책 흐름 위에 놓여 있습니다. REC 시장이 계약 중심으로 재편되며 현물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RE100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정부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을 넓혀야 하는 상황입니다. REGO는 그 다변화의 한 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4. 국내 REGO는 해외 REGO와 같은 제도일까요
REGO라는 이름은 사실 우리나라가 처음 만든 것이 아닙니다. 영국은 Renewable Energy Guarantees of Origin(REGO)이라는 이름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EU 회원국들은 같은 개념을 원산지보증(Guarantees of Origin, GO)이라고 부릅니다. 모두 재생에너지 1MWh 발전의 속성을 보증하는 인증서라는 점에서 개념이 같습니다.
그러나 이름과 개념을 공유한다고 해서 같은 인증서인 것은 아닙니다. 각국의 REGO·GO는 국가별로 독립적으로 발급·운영되며 서로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영국 REGO도 브렉시트 이후에는 EU의 GO와 상호 인정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영국·EU의 제도가 계통 전체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폭넓게 다루는 범용 인증서인 반면, 국내 REGO는 우선 자가소비 설비에 초점을 맞춰 출발한다는 점에서 설계 범위도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국내 REGO가 RE100 이행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인데요. 정부는 지난해 RE100 운영기관인 CDP와의 협의를 통해 국내 REGO를 RE100 이행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확보했습니다. 국제 I-REC, 미국 SREC, 일본 J-Credit 등 해외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형 자가설비 인증서가 국제 캠페인과 연결되는 통로를 마련한 것입니다.
마치며
REGO 시범사업은 그동안 전기요금 절감에만 쓰이던 자가용 태양광의 재생에너지 가치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첫 시도입니다. 설비 소유자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RE100을 추진하는 기업에게는 자가발전·PPA·REC·녹색프리미엄에 더한 새로운 조달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지요.
기업 입장에서 눈여겨볼 점은 재생에너지 제도 전반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REC 현물시장이 정리되고 REGO 같은 새로운 수단이 등장하는 지금, 어떤 이행수단을 어떤 비중으로 조합할지에 대한 전략이 RE100 달성 비용을 좌우하게 됩니다. 2027년 본제도 시행을 앞둔 시범사업 단계에서부터 제도의 방향을 이해해 두는 것이 앞으로의 대응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엔츠는 온실가스 관리 솔루션 엔스코프와 기후 전문가의 컨설팅을 결합하여, 기업의 RE100 이행 전략 수립과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 설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REGO를 비롯한 여러 이행수단을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고민이 되신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