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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25 배출권 가격 변동, 무엇을 시사할까요?

분류정책 · 규제 발행2026 / 07 / 08
KAU25 배출권 가격 변동, 무엇을 시사할까요?

10년 넘게 “너무 싸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내 배출권 시장이, 2026년 상반기에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연초 톤당 1만 원 안팎에서 출발한 2025년도 할당배출권(KAU25) 가격은 5월 말 2만 원대를 회복한 뒤 6월 초 장중 3만 원 선까지 접근했고, 이후 다시 2만 원대 초반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불과 반년 사이에 두 배 넘게 오르고, 며칠 사이 10% 가까이 오르내리는 장면이 반복된 것입니다.

이 변동은 단순한 시세 뉴스가 아닙니다. 3차 계획기간(2021-2025) 동안 배출권이 ‘거의 비용이 되지 않던’ 환경에서 실무 체계를 만들어 온 기업이라면, 지금의 가격대는 예산·투자·공시 전반의 전제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6년 상반기 KAU25 가격 흐름을 정리하고, 기업 실무 관점에서 어떤 시사점을 읽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2026년 상반기, KAU25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먼저 가격 흐름을 시점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전망치가 시장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1월 시점의 전문가 컨센서스는 톤당 1만 원 초반이었고, 4월에도 1만 6천 원대였습니다. 가격 수준 자체보다도, 예측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이 실무에서는 더 중요한 변화입니다.

2. 왜 가격이 올랐을까요?

4차 계획기간 공급 축소, 그리고 이월이라는 연결 통로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제도입니다. 올해 시작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의 배출권 할당량은 3차 계획기간 대비 약 18% 줄었습니다(28억 7,841만 톤 → 23억 6,299만 톤). 여기에 유상할당 비율이 확대되어, 기업이 무상으로 받는 물량은 줄고 시장이나 경매를 통해 직접 확보해야 하는 물량은 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KAU25는 3차 계획기간(2021-2025)의 마지막 연도 배출권입니다. 따라서 4차 총량 축소가 KAU25의 공급량 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닙니다. 두 계획기간을 잇는 통로는 ‘이월’입니다.
잉여 배출권을 보유한 업체는 KAU25를 지금 시장에 파는 대신, 계획기간 간 이월을 신청해 4차 계획기간에 제출할 물량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4차 수급이 빡빡할 것으로 예상되면 KAU25는 ‘지금 처분할 재고’가 아니라 ‘앞으로 쓸 자산’이 됩니다. 이월로 넘어가는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시장에 나오는 매도 물량은 줄어듭니다. 다만 계획기간 간 이월은 무제한이 아니라 순매도량에 연동된 한도(현행 순매도량의 5배) 안에서만 허용되므로, 잉여업체는 ‘얼마를 팔아 이월 한도를 확보하고 얼마를 넘길지’를 계산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4차 계획기간의 총량 축소와 유상할당 확대는, 이월이라는 경로를 통해 3차 계획기간 배출권인 KAU25 가격에 미리 반영된 것입니다. 정부가 7·8월 경매 종목을 KAU26에서 KAU25로 바꾼 것도 KAU25 실물 수요가 그만큼 몰려 있었다는 신호입니다.

수요 회복의 기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것도 변수로 지목되었습니다. 경제성장률과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간 상관성이 높아, 생산이 늘면 에너지 사용량과 배출량도 함께 늘고, 배출권 추가 확보 수요로 이어지는 논리입니다.

배출권 정산시점에 몰리는 수급
5월 말은 전년도 배출량 인증이 마무리되면서 업체별 잉여·부족 포지션이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배출권이 부족한 업체의 매수 비중이 크게 늘어난 반면, 잉여 배출권을 보유한 업체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매도를 미뤘습니다. 여기에 상반기 유상할당 경매 물량까지 축소되며 수급 불균형이 증폭되었습니다.

경매시장의 가격 신호
경매에서 형성된 낙찰가가 시장 참여자의 ‘가격 눈높이’를 끌어올리고, 이것이 다시 장내 현물 매수세를 자극하는 구조도 관찰되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월 12일 경매계획 변경을 공고해 7·8월 경매 종목을 KAU26에서 KAU25로 변경하고, 7월 8일과 8월 12일 정기입찰에 각각 283만 톤을 배정했습니다. 정산 시즌의 실수요에 대응한 조치입니다.

3. 왜 다시 내려왔을까요?

6월 이후의 반락은 세 가지로 설명됩니다.
• 차익실현: 단기 급등 후 잉여업체의 매도가 나오면서 조정이 발생했습니다.
• 정산기 특유의 변동성: 배출권 시장은 통상 정산기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어, 급등세가 그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 정부의 가격 관리 체계 정비: 시장안정화조치는 제도 초기부터 있었지만, 5월 말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발동 기준이 최근 2개년 이동평균 가격 기준으로 정비되고 시장안정화 예비분이 도입되었습니다. 가격이 기준 상한을 넘으면 예비 물량을 공급해 하락을 유도하고, 지나치게 낮아지면 경매 물량을 줄여 지지하는 사실상의 상·하한 관리 체계입니다.

즉 상승 요인은 구조적이고, 하락 요인은 순환적·정책적입니다. 시장에서 “당분간 변동성은 크지만 방향은 우상향"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내 배출권 분석 업체들은 중기적으로 톤당 3만 원대 중반, 4차 계획기간 후반에는 5만 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EU 배출권(EUA)은 톤당 70유로대 후반에서 거래되었고, 당시 원/유로 환율(1,800원 안팎)로 환산하면 14만 원 수준입니다. 5월 29일 KAU25 종가와 비교하면 약 5.7배 차이입니다. 국내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랐어도 국제 기준으로는 여전히 낮은 구간에 있다는 뜻이며, 이는 향후 상승 여력에 대한 논거로 자주 인용됩니다.

4. 기업이 읽어야 할 네 가지 시사점

① 배출권은 ‘규제 대응 항목’에서 ‘재무 항목’으로 이동했습니다
톤당 1만 원과 3만 원은 성격이 다른 숫자입니다. 연간 100만 톤을 배출하며 10%가 부족한 기업이라면, 조달 비용이 1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늘어납니다. 이 정도 규모는 더 이상 환경·안전 부서의 관리 항목이 아니라 재무·구매 부서가 함께 봐야 하는 예산 항목입니다.
이미 전기요금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발전사의 배출권 구매 비용은 한국전력의 ‘기후환경요금’으로 충당되는데, 현재 배출권 이행 비용은 kWh당 약 1.1원(전체 기후환경요금 9.0원 중 일부) 수준입니다. 절대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배출권 가격이 계속 오르면 인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직접 할당대상이 아닌 기업도 전력 단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② 내부탄소가격 가정을 점검해야 합니다
내부탄소가격(Internal Carbon Pricing)을 설정한 기업 중 상당수는 3차 계획기간의 낮은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톤당 1만 원을 전제로 계산된 감축 투자 회수기간은, 3만 원 전제에서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동안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보류한 감축 설비 투자안이 지금 기준으로는 통과될 수도 있습니다. 가격 가정을 갱신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유리한 투자를 계속 미루게 됩니다.

③ 이월·차입 의사결정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2025년도 배출권 이월·차입 신청은 2026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ETRS를 통해 진행됩니다. 계획기간 간 이월은 순매도량의 5배 한도 안에서만 허용되므로, 이월하려면 그만큼의 순매도 실적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는 잉여 물량을 언제 얼마나 팔아 이월 한도를 확보할지, 부족분을 언제 조달할지에 따라 손익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이 판단의 전제는 결국 “우리 배출량과 잉여·부족 포지션을 얼마나 정확히, 얼마나 빨리 알 수 있는가” 입니다. 배출량 집계가 정산 직전에야 확정되는 체계라면, 시장이 유리할 때 움직일 수 없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데이터 적시성은 그 자체로 비용입니다.

④ 공시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KSSB·IFRS S2 체계는 기후 관련 위험이 재무상태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도록 요구합니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전환리스크가 실제 현금흐름으로 나타나는 가장 명확한 사례이며, 내부탄소가격 사용 여부와 그 수준 역시 공시 항목에 포함됩니다.
주의할 점은 배출권거래제 데이터와 공시용 인벤토리의 경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배출권거래제는 사업장 단위 규제 경계를, 기후공시는 연결 재무 경계를 따릅니다. 같은 배출량 데이터를 쓰더라도 집계 기준이 달라 그대로 옮겨 쓸 수 없습니다. 두 체계를 하나의 데이터 기반에서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규제 대응과 공시 대응이 서로 다른 숫자를 내놓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5. 마무리

2026년 상반기 KAU25의 가격 변동은 국내 배출권 시장이 ‘저가 정체 구간’에서 벗어나 제도 변화와 수급 부담을 반영하는 가격대로 이동하는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단기 조정은 있었지만, 4차 계획기간의 총량 축소와 유상할당 확대라는 구조 요인은 이월을 통해 3차 계획기간 배출권 가격에까지 영향을 주며 계획기간 전체에 걸쳐 작동합니다.
이 국면에서 기업의 대응 역량을 가르는 것은 시장 전망을 얼마나 잘 맞히는지가 아닙니다. 자사 배출량과 포지션을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고 있는지입니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숫자를 늦게 아는 기업은 항상 불리한 쪽에서 의사결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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