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2030년 100GW, 무엇이 달라질까요?
2026년 5월, 정부가 역사상 처음으로 재생에너지만을 위한 기본계획인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수소·연료전지 등 신에너지를 분리하고, 재생에너지에 집중하는 별도의 계획 체계가 마련된 것입니다. 계획 기간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이며, 2030년 재생에너지 누적 보급 100GW와 2035년 발전 비중 30% 이상 달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배경과 핵심 내용, 그리고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배경과 맥락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 나오기까지는 다음의 두 가지 흐름이 작용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계획의 성과 부진입니다. 2020년 12월 수립된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2024년 기준 발전 비중 목표를 11.4%로 설정했지만, 실제 달성치는 9.1%에 그쳤습니다. 재생에너지 신규 보급량도 2020년 4.6GW에서 2025년 3.9GW 수준으로 오히려 정체됐습니다. 계통 포화, 이격거리 규제, 인허가 지연이 반복됐고, 정부 지원 예산도 2022년 1.3조 원에서 2025년 0.9조 원으로 삭감되었습니다. 보급 정체는 내수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고, 태양광 모듈 국산 제품 사용 비율은 2018년 72.5%에서 2024년 41.6%까지 하락했습니다.
두 번째는 에너지 안보 환경의 변화입니다.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7%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취약성이 부각되었습니다. IEA는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26년부터 석탄을 추월해 2030년에는 52%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EU와 미국, 중국 등 주요국도 재생에너지 확대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넘어 ‘국내 생산 에너지(Home-grown energy)’ 개념으로 재정의하고,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국가 전략으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2. 핵심 목표: 2030년 100GW, 2035년 발전 비중 30%
2025년 현재 재생에너지 설비는 37.1GW 수준입니다. 이를 2030년까지 100GW로 확대하려면 5년간 약 63GW를 추가해야 하며, 이는 연간 12~13GW 속도에 해당합니다. 에너지원별 구성은 태양광이 87GW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육상풍력 6GW, 해상풍력 3GW, 기타 4GW로 설정되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빠르게 보급 가능한 태양광을 전면에 배치하고, 풍력은 2035년 이후 주력 전원화를 위한 기반 구축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3. 5대 과제와 10대 전략 살펴보기
(1) 신속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핵심은 두 가지 전략 축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초대형 플래그쉽 단지 구축입니다. 기존에는 호남권과 비수도권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설비가 집중되면서 송전망 병목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이번 계획은 수도권·충청·강원권 등 계통 여유 지역을 중심으로 GW급 프로젝트 10개를 발굴해 총 12GW를 확보합니다. 시화·화옹지구, 태안·서산 간척지, 석탄발전소 폐지 부지, 접경지역 등이 후보지이며, 기후부 장관 주재로 범정부 ‘초대형 계획입지 발굴 추진단’을 구성해 운영합니다.
두 번째는 4대 정책입지 집중 보급입니다. 산단·공장지붕, 영농형, 수상형, 도로·철도·농수로 등 유휴 인프라를 활용해 44.2GW를 추가로 확보합니다. 특히 산단·공장지붕은 별도 부지가 필요 없고 계통과 수요지가 인접해 있어 기업 RE100 이행 수단으로도 직결됩니다. 공장 신축 시 태양광 설치 의무화도 함께 추진됩니다.
(2) 획기적인 재생에너지 비용 저감
현재 국내 태양광 발전단가(LCOE)는 글로벌 평균 대비 2.2배, 육상풍력은 3.2배 수준입니다. 정부는 2035년까지 kWh 계약단가를 태양광 80원, 육상풍력 120원, 해상풍력 150원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 RPS(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체계를 ‘장기 고정가격 계약시장제도’로 전면 개편합니다. REC 현물시장 가격 급등과 장기계약 경쟁입찰 미달이 반복되면서 기존 RPS 구조의 한계가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민관 합동 비용평가위원회를 신설해 합리적인 비용 산정 체계를 마련하고, 표준품셈 도입, 공동 인프라 구축 등을 병행합니다.
(3) 산업경쟁력 강화로 미래 전략산업 육성
정부는 태양광·풍력 산업을 ‘제2의 조선·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분야에 누적 268조 원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 연간 10GW 이상, 풍력 터빈 생산능력 연간 3GW 이상으로 확대합니다. 차세대 태양전지, BIPV, 부유식 해상풍력 등 미래 기술 선점 전략도 함께 담겼습니다.
(4) 소득 공유 및 국민 체감 확산
2035년까지 국민 1,000만 명이 재생에너지 소득을 체감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자가설비 인증서(REGO) 도입, 200만 가구 베란다 태양광 보급, 마을 단위 이익공유형 사업 확산 등이 주요 수단입니다. VPP(가상발전소)와 지역 PPA 등 분산형 전력 거래 기반도 함께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5) 거버넌스 확대 및 지방정부 역할 증대
기존 중앙정부 주도 방식에서 지방정부 주도 체계로의 전환을 명시했습니다. 17개 시·도의 태양광 신규 보급 목표를 기존 45GW에서 57GW로 상향하고, 지방정부 보급 실적을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합니다. 공공기관(현 88개)은 K-RE100 이행을 의무화하고 2030년까지 RE60,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추진합니다.
4. 기업에 주는 시사점
이번 기본계획은 재생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크게 전환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변화가 있습니다.
첫째, RE100 이행 환경이 변화합니다. 산단·공장지붕 태양광 보급 의무화와 K-RE100 이행 확대로 자가용 재생에너지 확보 경로가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초기 설치비 융자와 보증료 지원이 병행되는 만큼, 자가소비형 태양광 투자가 용이해집니다. 특히 2년 연속으로 RE100 이행 여건이 가장 열악한 국가로 평가받아 온 상황에서 이번 계획이 여건 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공급망과 탄소비용 구조가 달라집니다. RPS 개편으로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이 장기 고정가격 계약 중심으로 바뀌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계약(PPA) 구조도 함께 변화합니다. 또한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글로벌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는 탄소 관련 비용 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셋째, 공시 의무화와의 연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KSSB 기후공시기준 도입이 본격화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과 온실가스 감축 전략은 공시 항목과 직결됩니다. 이번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보급 경로와 비용 저감 목표는 기업의 Scope 2 감축 전략 수립 시 구체적인 참고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단순한 보급 목표를 넘어,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지역 경제까지 아우르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한 계획입니다. 과거 계획들이 제도적 기반 조성에 머물렀다면, 이번 계획은 재생에너지를 실제 전력체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RE100 이행 환경, 재생에너지 비용 구조, 공급망 탄소 관리 측면에서 이번 계획의 세부 이행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엔츠는 온실가스 관리 솔루션 엔스코프와 기후 전문가의 컨설팅을 결합하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 수립과 Scope 2 감축 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RE100 이행 방안이나 에너지 전환 대응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