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제6조와 CDM,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요?
지난 2024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약 10년간 표류하던 파리협정 제6조(Article 6)의 세부 이행규칙이 마침내 타결되었습니다. 이로써 국제 탄소시장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열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국가 간 탄소 감축 거래’라는 개념 자체는 사실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파리협정 이전, 교토의정서 시대에는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라는 제도가 같은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새롭게 출범하는 파리협정 제6조 체제는 기존의 CDM과 무엇이 같고, 또 무엇이 다를까요? 이번 글에서는 두 제도의 구조와 핵심 차이를 비교하며, 국제 탄소시장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CDM(청정개발체제)이란?
CDM은 1997년 채택되고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제12조에 근거한 국제 탄소 감축 메커니즘으로, 2006년경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었습니다.
CDM의 핵심 구조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감축사업을 수행하고, 그 감축실적을 자국 목표 이행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교토의정서는 감축 의무를 선진국(Annex I 국가)에만 부과했는데, 선진국이 자국 내에서 직접 감축하는 것보다 개도국에서 감축하는 편이 비용 효율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선진국이 개도국에 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메탄 회수 등의 사업을 투자해 발생한 감축량을 CER(Certified Emission Reduction, 인증감축량)이라는 크레딧으로 발급받아, 자국의 감축 목표를 채우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CDM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CDM 집행위원회(Executive Board)가 사업 등록부터 방법론 승인, 크레딧 발급까지 중앙에서 관리하는 구조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7,800여 개의 사업이 등록되며 국제 탄소시장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감축이 사업 덕분에 ‘추가로’ 발생한 것인지 입증하기 어려운 추가성(additionality) 문제, 실제 감축 효과가 미미한 일부 사업, 그리고 감축실적이 중복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입니다.
2. 파리협정 제6조란?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와 달리 모든 당사국이 각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출하고 이행하는 체제입니다. 즉, 선진국과 개도국이라는 이분법이 사라지고 모든 국가가 감축 책임을 지게 된 것인데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가 간 협력을 통한 감축을 규정한 조항이 바로 제6조입니다. 제6조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제6.2조 — 협력적 접근법(Cooperative Approaches)**
**국가와 국가가 양자 또는 다자간 합의를 통해 감축실적을 거래하는 분권적(decentralized) 방식입니다. 이때 거래되는 감축실적의 단위를 ITMO(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 국제적으로 이전되는 감축실적)라고 부릅니다. 중앙 기구가 일일이 관리하기보다, 참여국들이 자체적으로 합의하고 보고하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제6.4조 — 메커니즘(Mechanism)**
**UNFCCC가 중앙에서 관리하는 시장 기반 메커니즘으로, 감독기구가 방법론과 크레딧 발급을 총괄합니다. 구조적으로 CDM의 후신(後身)에 해당하며, 최근에는 파리협정 크레딧 메커니즘(PACM, Paris Agreement Crediting Mechanism)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발급되는 크레딧은 A6.4ER이라고 합니다.
제6.8조 — 비시장 접근법(Non-Market Approaches)**
**크레딧 거래 없이 재정 지원, 기술 이전, 역량 강화 등을 통해 국가 간 감축 협력을 도모하는 방식입니다. 이 중 시장 메커니즘에 해당하는 6.2조와 6.4조의 세부 규칙은 2021년 글래스고 COP26에서 기본 골격이 마련된 뒤, 방법론과 탄소제거(removal) 기준 등 핵심 쟁점이 2024년 COP29에서 최종 합의되며 비로소 운영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3. CDM과 파리협정 제6조, 무엇이 다를까요?
두 제도는 ‘감축실적을 크레딧으로 만들어 거래한다’는 큰 틀은 같지만, 설계 철학과 세부 장치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핵심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주목할 차이는 상응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입니다. CDM 시대에는 한 국가에서 발생한 감축량을 다른 국가가 사용해도, 이를 양쪽 장부에서 정합적으로 조정하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아 하나의 감축실적이 두 번 계산되는 ‘이중계산(double counting)’ 우려가 컸습니다. 파리협정 제6조는 감축실적을 이전한 국가는 자국 NDC 달성분에서 그만큼을 빼고(차감), 이를 사용한 국가만 실적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상응조정을 의무화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국가가 NDC를 지니게 되면서 참여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CDM이 ‘의무가 있는 선진국’과 ‘의무가 없는 개도국’을 전제로 한 일방향 구조였다면, 파리협정 체제에서는 사업을 유치하는 국가 역시 자국 NDC를 이행해야 하므로, 감축실적을 함부로 해외에 넘기면 정작 자국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거래의 양쪽 모두가 ‘계산’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제6.4조는 CDM이 받았던 비판을 의식해 추가성 입증과 기준선(baseline) 설정 요건을 강화하고, 발급된 크레딧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소각해 전 지구적 배출 순감축(OMGE, Overall Mitigation in Global Emissions)에 기여하도록 하는 등 환경건전성을 높이는 장치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4. 한국 기업과 실무에의 시사점
한국은 2030 NDC 달성 수단의 하나로 국외감축사업을 포함하고 있어, 파리협정 제6조 체제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부는 제6.2조에 근거한 양자 협력 협정을 여러 국가와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ITMO는 국가 감축 목표 이행에 활용될 전망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시사점이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상응조정 여부에 따라 크레딧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상응조정이 적용된 크레딧은 국가 NDC 차원에서 인정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크레딧은 활용 맥락이 다릅니다. 기업이 탄소중립 목표 이행이나 공시 과정에서 탄소 크레딧을 활용할 때, 해당 크레딧이 어떤 메커니즘에서 어떤 요건을 거쳐 발급되었는지를 면밀히 확인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크레딧의 신뢰성과 직결되며, 그린워싱 논란을 피하기 위한 핵심 전제이기도 합니다.
5. 마치며
CDM에서 파리협정 제6조로의 전환은 단순한 제도 교체가 아니라, 국제 탄소시장이 ‘양보다 질’, 즉 환경건전성과 회계 투명성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5년 본격 출범하는 국제 탄소시장이 과거의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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