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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까지 감축경로를 그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주요 내용

분류정책 · 규제 발행2026 / 09 / 01
2050년까지 감축경로를 그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주요 내용

지난 8월 26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이 법의 감축목표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2년 만입니다. 그동안 법에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두 지점만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2035년, 2040년, 2045년의 중간 목표가 처음으로 법률에 명시되었고, 기후과학위원회 신설과 녹색국채 발행 근거 같은 제도적 장치도 함께 도입되었습니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기업 실무자 입장에서 이 변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살펴봅니다.

왜 개정이 필요했나요?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법률에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2030년 목표만 있고 그 이후를 비워둘 경우 감축 부담이 미래세대에 과도하게 이전될 수 있고, 이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취지였습니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위헌 판단이었고, 헌재는 국회에 2026년 2월 28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시한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입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감축목표를 법에 어떤 형태로, 어느 수준으로 담을지를 둘러싸고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입장 차가 컸고,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시민대표단 공론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시한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정부는 2025년 11월 파리협정에 따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53~61%로 확정해 UN에 제출했고, 이 수치가 이번 개정안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기후위기특위는 8월 13일 재적 15명 중 찬성 11명으로 개정안을 의결했고, 본회의 통과까지 2주가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나요?

(1) 5년 단위 ‘범위형’ 감축목표의 법제화
가장 큰 변화는 감축목표의 구조입니다. 개정 법률은 2030년 이후의 중장기 감축목표를 5년 단위로, 상한과 하한을 함께 둔 범위형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2018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 각 시점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목할 점은 2035년 목표는 상·하한이 모두 법률에 고정된 반면, 2040년과 2045년은 하한만 법률로 명시하고 상한은 시행령에 위임했다는 점입니다. 감축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산업 여건을 5년 앞서 다시 판단할 여지를 남긴 설계입니다. 아울러 개정안은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법문에 명시하여, 헌재가 지적한 세대 간 형평 문제를 명문화했습니다.

다만 이 범위형 구조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아 있습니다. 실제 정책 수단은 하한선을 기준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아 하한만 작동하는 목표가 되리라는 우려가 있고,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의 77.9%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경로를 지지했음에도 최종안은 매년 일정 폭으로 줄이는 선형 경로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반대로 산업계에서는 철강·석유화학 등 감축이 어려운 업종의 여건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어느 쪽이든, 목표가 법률에 고정된 이상 이제 논쟁의 무대는 ‘목표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로 옮겨갈 것으로 보입니다.


(2) 과학 자문과 산업 지원 장치의 신설

목표 수치 외에도 이행 체계를 보강하는 조항들이 함께 포함되었습니다. 먼저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산하에 기후과학위원회가 독립 자문기구로 신설됩니다. 15~20명 규모로 구성되어 감축목표와 경로의 과학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데, 영국의 기후변화위원회(CCC)처럼 정책 결정과 과학적 검증을 분리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기업과 직접 관련되는 조항은 지원 근거입니다. 개정안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기술의 연구개발·설비투자·상용화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명시했습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감축목표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이나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술혁신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고, 이 조항이 이에 대한 응답으로 반영된 셈입니다. 실제 지원 규모와 대상은 하위법령과 예산 편성에서 결정되겠지만, 법률에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감축 설비 투자에 대한 정책 자금 접근성이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3) 녹색금융·전환금융과 녹색국채

또한, 개정안은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을 법률에 정의하고, 국책은행과 금융회사가 이를 촉진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규정했습니다. 특히 ‘전환금융’이 법적 개념으로 정립된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당장 녹색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고배출 산업이 감축 경로를 이행하는 과정에 자금을 공급하는 개념으로, 법 체계에 통합됨으로써 향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나 금융권 여신 심사에 연동될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후대응기금의 재원 조달 수단으로 녹색국채 발행 근거가 신설되었습니다. 그 밖에 기후환경교육 시책 마련 의무화, 녹색산업 실태조사의 법적 근거 명확화 등도 포함되었으며,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기후적응법) 제정안도 함께 통과되어 적응 정책이 별도 법률 체계로 독립했습니다.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첫째, 국가 목표가 기업의 할당량으로 내려오는 경로가 더 선명해졌습니다. 배출권거래제(K-ETS)의 계획기간별 배출허용총량은 국가 감축목표에서 도출됩니다. 2030년 40%에서 2035년 하한인 53%까지 5년간 13%p를 감축해야 하므로, 2026년부터 시작된 4차 계획기간(2026~2030) 이후의 할당이 지금보다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할당대상업체는 2030년대 초반의 감축 투자 시점을 지금부터 계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공시와 목표 설정의 기준선이 바뀝니다. KSSB 기후공시 기준을 비롯한 기후 관련 공시는 기업의 감축목표가 국가 목표 및 파리협정과 어떻게 정합하는지 설명하도록 요구합니다. 그간 2030년 이후의 국가 경로가 부재하여 기업이 자체 시나리오에 의존해야 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2045년까지의 법정 범위가 마련되었습니다. 따라서 장기 감축목표를 이미 공표한 기업이라면 그 목표가 법정 하한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시나리오 분석과 전환계획에서 이를 어떻게 참조할지를 재점검해야 합니다.

셋째, 전환금융의 제도화는 고배출 업종에 자금 조달의 새로운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전환금융을 받으려면 신뢰할 수 있는 감축 경로와 그 이행을 입증할 데이터가 전제됩니다. 지원 조항과 금융 조항이 함께 반영된 이번 개정은 결국 ‘측정 가능한 감축 실적’을 갖춘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며

이번 개정으로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는 선언에서 법정 경로로 전환되었습니다. 2030년 이후 20년간의 빈칸이 채워졌고, 그 경로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장치도 함께 도입되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개정 법률의 공포 이후 하위법령 정비에 착수한다고 밝혔으며, 2040년 상한 확정 시한인 2031년 6월까지 감축 경로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될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 목표가 배출권 할당과 공시 요건으로 구체화되는 동향을 파악하는 동시에, 자사의 배출량 데이터와 감축 경로를 법정 목표에 맞춰 정비해 두는 것이 이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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